가상자산, 은행업과 접점 확대…해외는 인수·거래, 국내는 담보대출

크라켄 모회사, 유럽 은행 인수 계약…예금·대출·카드로 영역 확장 SC, UAE 전문투자자에 은행 계좌 기반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 개시 전북은행, 비트코인 연계 기업대출 첫 실행…정식 상품 아닌 개별 여신 국내는 2017년 '담보취득 금지' 방침이 변수…당국 판단 주목

2026-10-16     박지안 기자
[그래픽=AI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가상자산과 은행업의 접점이 예금·투자·대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을 인수하고 글로벌 은행이 계좌 안에서 코인 현물거래를 열었으며, 국내에서는 지방은행이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업대출을 처음 실행했다. 다만 접근 방식에 따라 규제상 출발점이 달라, 국내에서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거래소가 은행을 산다…크라켄 모회사, 유럽 은행 인수

1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크라켄 모회사 페이워드는 지난 14일 핀란드 지주회사 살도파이낸스(Saldo Finance Oy)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살도파이낸스는 리투아니아 은행업 인가를 받은 살도뱅크(Saldo Bank UAB)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거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2027년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은행을 새로 세우는 대신 상품·고객·영업망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살도뱅크는 리투아니아·핀란드·스웨덴·독일에서 영업 중이며 네덜란드 패스포팅 권한도 갖고 있다. 정기예금과 소비자대출을 취급하고 핀란드에서는 신용카드 사업을 운영한다. 유로화 지급결제망(SEPA) 접근 기반도 갖췄다.

페이워드는 인수 후 유럽 고객에게 이자 지급형 예금과 소비자·중소기업 대출, 카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 핀테크에 금융 인프라를 공급하는 서비스형 은행업(BaaS)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보유한 아일랜드 전자화폐기관(EMI) 인가에 수신·여신 기능을 더해 코인 거래 플랫폼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 계약 단계로, 은행 지배권 확보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은행이 코인을 판다…SC, UAE서 계좌 기반 현물거래

전통 은행은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전문투자자가 기존 은행 계좌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별도 거래소나 외부 지갑 없이 은행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서비스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 인가를 받았으며, SC의 자산관리·기업투자금융 부문과 SC벤처스가 지원하는 조디아마켓츠가 협업한다. 은행이 보관과 거래 결제를 통합 관리하는 폐쇄형 구조로, 코인 연계 투자상품을 넘어 현물 자체를 은행이 중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SC제일은행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코인이 은행 담보로…전북은행, 비트코인 연계 기업대출

국내에서는 대출 쪽에서 첫 접점이 나왔다. 전북은행은 법인 고객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활용해 사업운영자금을 원화로 대출했다. 기업대출 1건에 적용한 사례로, 일반 고객이 신청할 수 있는 정식 상품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전문 수탁업체가 보관하고, 은행은 직접 보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채무불이행 시에는 법원 매각명령 등 집행절차를 거쳐 현금화한 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한다. 서울신문은 비트코인이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보완적 성격의 '견질담보'로 활용됐다고 보도해, 코인 평가액만으로 대출액을 정한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전북은행은 대상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용도를 사업운영자금으로 한정했다. 가격 급락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와 복수 글로벌 거래소 시세를 반영한 가치평가 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추가 담보 요구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변수는 '2017년 방침'…집행절차 정비와는 별개

국내에서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는 규제 해석에 달렸다. 정부는 2017년 12월 가상통화 대책에서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뿐 아니라 담보취득과 지분투자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북은행은 은행법상 허용된 여신업무 범위에서 대출을 설계했으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이 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과 담보취득 여부는 별개 문제다. 비트코인 자체를 담보로 잡았는지, 수탁업체에 대한 이전청구권을 확보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전북은행을 불러 이번 대출이 현행 규정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개정 민사집행규칙은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이전청구권에 대한 압류·현금화 절차를 정비했다. 코인 회수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은행의 코인 담보취득을 허용하는 근거는 아니다.

경로마다 다른 규제 출발점

세 사례는 가상자산과 기존 금융이 맞닿는 흐름을 공유하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페이워드는 은행 인가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SC는 현지 감독당국의 가상자산 인가를 받아, 전북은행은 기존 여신 업무 안에서 담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었다.

해외는 은행 소유와 현물 중개까지 제도권 안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는 비트코인을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지부터 따지는 단계다. 페이워드 인수는 규제 승인을, 전북은행 사례는 당국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은행업과 가상자산의 접점이 넓어지는 속도는 수요보다 인허가 범위와 감독 당국의 해석이 좌우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과 은행업의 결합은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을 넓힐 수 있지만, 가격 변동성과 담보권 실행의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확대되려면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담보권 설정·실행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은행의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