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일시적 자금난 중기 '숨통' 틔워...'유동성 안전판' 역할 부각
기업은행, 지난해 신속금융지원 기업 615곳...전년 대비 61.4% 증가 전체 구조조정 지원기업 중 80.6% 차지...관련 채무액도 1조9831억원으로 늘어 자금 부족 예상 기업까지 대상 넓혀...상환유예·금리조정으로 영업 지속 지원 약정기간·이자 납입일정 맞춤 설계...선정절차 간소화·추가 금리우대 병행 판로 확대·사업조정 등 경영개선계획 수립도 지원...채무조정과 회복 준비 연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기업은행이 지난해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속금융지원을 적잖이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기업 수와 관련 채무액이 전년 대비 함께 늘어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 지원 부문에서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는 지원의 비중이 커졌다. 기업별 상환 여력에 맞춰 원리금 부담을 조정해 경영회복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유동성 안전판' 역할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이 기업은행의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업은행의 신속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은 615곳으로 전년(381곳) 대비 61.4%(234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련 채무액도 1조8698억원에서 1조9831억원으로 6.1%(1133억원) 늘었다.
신속금융지원은 정상경영이 가능하지만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은행이 산업·영업·경영·재무위험과 현금흐름 등을 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한 뒤 채무상환 유예와 대출금리 조정 등을 통해 원재료 매입이나 인건비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여지를 주는 구조다.
반면 부실징후기업에 적용하는 체인지업(워크아웃)은 실적이 줄었다. 금융채권자 공동 또는 기업은행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의 지난해 지원기업은 148곳으로 전년(361곳) 대비 59.0%(213곳) 감소했다. 관련 채무액도 2505억원으로 전년(5603억원)보다 55.3%(3098억원) 줄었다.
이에 전체 맞춤형 기업구조조정 지원기업 가운데 신속금융지원 비중은 80.6%로 전년(51.3%) 대비 29.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지원기업은 742곳에서 763곳으로 2.8%(21곳) 늘었지만, 관련 채무액은 2조4301억원에서 2조2336억원으로 8.1%(1965억원) 감소했다. 달리 말하면 전체 채무조정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서도 일시적 자금난에 대응하는 부문의 지원은 확대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확대된 신속금융지원은 자금난이 현실화되기 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됐다. 기업은행은 2024년 4월 도입된 은행권 공동의 확대 운용안을 지난해 적용했으며, 이에 따라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자금 부족이 예상되는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지원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기업별 자금 사정에 맞춰 상환조건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Easy 기업구조조정 지원 방안'을 통해 통상 1년 단위인 약정기간을 필요시 2년 이상으로 정하고, 이자 일부를 유예한 뒤 분할상환하는 등 금리지원 방식도 다양화했다. 기업의 자금 회수 일정과 경영회복 속도를 고려해 부담이 특정 시점에 몰리는 것을 완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한 중소기업 재무 담당 임원은 "자금이 일시적으로 막혀 숙련된 인력을 줄이거나 기존 거래를 포기하면 여건이 나아져도 이를 다시 확보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상환 부담을 조정해주는 지원은 기업이 쌓아온 인력과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 자금난을 넘긴 뒤 영업을 회복하는 데 드는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맞춤형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선정절차도 간소화했다. Easy 방안에는 약식 평가와 심의양식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연체가 발생한 기업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해 자금난이 진행된 경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특성과 경영충격을 반영한 추가 금리우대도 병행했다. Easy 방안은 ESG경영기업과 재난 피해기업,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우대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이나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업체, 수해 피해기업 등 14곳에 추가 금리 감면을 적용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매출대금 회수나 투자금 집행이 늦어질 때 상환기한까지 겹치면 자금을 구하면서 금리나 지분 조건을 충분히 협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상환 일정을 조정해 그 공백을 넘길 수 있으면 기한에 쫓겨 불리한 조달조건을 받아들일 압박이 줄어드는 만큼 일시적인 현금 부족이 기업에 오래 남을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채무조정으로 확보한 시간을 경영회복 준비로 연결하는 비금융 지원 역시 마련했다. 판로 확대와 인력·사업조정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 수립을 도와, 기업이 상환 부담을 덜면서 영업과 사업 운영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부실징후가 심화되기 전 단계부터 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신속금융지원의 비중이 증가했다"며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금리조정과 만기연장, 채무조정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