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권영민 호' 한 달…하드웨어서 토탈 솔루션 테크 진화 '시작'
SI 사업 통합으로 매출 급증 불구 적자는 지속, 수익성 개선 시험대 SW 표준화 SI 원가 절감 모색…온디바이스AI 지능형 로봇 사업 확대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두산로보틱스 권영민 대표 체제가 출범 약 한 달을 지났다. 협동로봇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종합 지능형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에서 권 대표의 리더십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18일 권영민 전 두산모트롤 대표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권 대표는 2000년 두산 지주사 전략기획본부에 입사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영업·마케팅 및 글로벌 서비스 총괄, 두산밥캣 최고전략책임자 등을 역임한 경영 전략가다. 직전에는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두산모트롤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특히 두산모트롤 재임 시절에는 적자 규모를 줄이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산모트롤의 2025년 매출은 1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2.6% 증가했으며, 영업손실은 2024년 83억원에서 2025년 41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흑자전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외형 성장과 손실 축소를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권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경영진이 추진해 온 AI 소프트웨어 및 로봇 솔루션 사업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권 대표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미국 원엑시아(현 두산로보틱스 아메리카) 지분 89.6%를 약 356억원에 인수하며 로봇 SI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수익성은 과제로 남아있다. 올해 상반기 두산로보틱스의 연결 영업손실은 약 26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80.3%에 달했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사업의 양대축인 로봇 제조와 SI 사업은 모두 수익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국내 주요 로봇 하드웨어 기업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역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SI 기업 역시 높은 인건비와 하드웨어 조달 비용으로 흑자를 내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이 가운데 제조와 SI의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기반한 공정 모듈화가 꼽힌다. SI 사업으로 흑자를 내고 있는 브릴스 역시 핵심 경쟁력으로 모듈화를 제시하고 있다. 매번 고객사 별로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고 비슷한 공정들을 표준화해 노동집약적인 SI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꼽히는 것이 올해 6월 공개한 'PalletizHD+'다. 이 제품은 두산로보틱스가 자체 개발한 팔레타이징 전용 운영체제 'PalletizOS'를 기반으로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자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고객사의 박스 크기나 팔레트 적재 방식이 달라질 때마다 엔지니어가 로봇의 작업 경로와 적재 패턴을 별도로 설정해야 했다면 PalletizOS는 박스 정보와 팔레트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적재 패턴을 자동 생성한다. 해당 방식으로 인력을 크게 절감해 SI 사업 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PalletizOS의 핵심 기능은 팔레타이징 공정에 집중돼 있다. SI 사업 전반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박스 조립과 포장, 컨베이어 연동, 그리퍼 제어 등 다양한 공정으로 소프트웨어 표준화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엑시아가 보유한 기존 자동화 소프트웨어와 두산로보틱스의 자체 플랫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가 권 대표의 기술 리더십 성패를 가를 변수로 평가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중장기적으로 온디바이스 AI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로봇 자체에 AI 연산장치를 탑재해 외부 클라우드나 별도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판단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올해 CES에서는 AI와 3D 비전 기술을 결합해 작업 경로를 자동 생성하는 '스캔앤고(Scan&Go)'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총 연구개발비 약 989억원 규모의 국책과제 2건에 선정됐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한 차세대 협동로봇·산업용 휴머노이드 개발과 숙련공의 작업 기술을 AI로 구현하는 지능형 용접 솔루션 개발이 핵심이다.
두 과제 모두 로봇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사별 프로그래밍과 현장 설정에 투입되는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SI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맞닿아 있다.
다만 국책과제의 상용화 목표가 2030~2031년인 만큼 단기간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중장기 AI 기술 개발과 별개로 이미 확보한 기술과 사업 역량을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권 대표의 경영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