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소 등급 매겨 코인 송금 막는다…고위험 판정 땐 전면 금지

저위험은 세 조건 모두 충족해야, 고위험은 하나만 걸려도 적용…평가는 거래소 몫 트래블룰 100만원 기준도 폐지…내년 2월 19일 시행까지 넉 달

2026-10-16     박금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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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내년 2월 19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에 위험 등급을 매겨 송금 가능 여부를 가리게 된다. 고위험으로 분류된 곳으로는 이전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지난 8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18일 공포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1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개정 시행령 제10조의20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이전거래를 세 단계로 나눴다. 거래소는 거래에 앞서 상대방인 해외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조치 내용과 방법,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위험이 낮으면 이전거래가 허용되지만 수신인 정보는 제공해야 한다. 위험이 높으면 전면 금지된다. 그 밖의 경우에는 고객과 이전거래 상대방이 동일할 때만 허용된다.

분류 기준은 감독규정에 담겼다. 저위험으로 분류되려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국가에 있을 것, 국내와 유사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이행할 것, 인허가 의무를 이행할 것이다. 반면 고위험은 하나만 해당해도 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고위험 국가로 지정한 곳에 있거나 인허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다. 저위험 문턱은 높고 고위험 문턱은 낮은 비대칭 구조다.

지금과는 판정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현재 국내 거래소는 상대 거래소가 트래블룰 시스템에 연동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송금 가능 여부를 가린다. 업비트는 원화 환산 100만원 이상을 보낼 때 연동된 거래소이면서 수취인 계정 정보가 일치해야 출금을 허용한다. 앞으로는 연동 여부가 아니라 상대방의 자금세탁방지 수준과 인허가 보유 여부를 거래소가 직접 따져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뀐다.

평가 주체가 거래소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계 수백 곳에 이르는 해외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수준과 인허가 보유 여부를 국내 거래소가 직접 확인해 등급을 정해야 한다. 등급을 잘못 매기면 제재 위험을 지고, 보수적으로 매기면 이용자의 출금 경로가 줄어든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책임은 거래소가 떠안는 구조다.

금액 기준도 사라진다. 제10조의10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제공 기준이던 100만원 요건이 폐지돼 금액과 수량에 관계없이 사업자 간 모든 이전거래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1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보내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는 길을 막기 위해서다.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사업자에게도 의무가 생긴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면 요구한 뒤 그래도 받지 못하면 거래를 거절해야 한다. 거래소가 처리해야 할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대목이다.

개인지갑 쪽은 이미 굳어진 관행이 법으로 올라오는 성격이 짙다. 업비트는 100만원 이상을 보낼 때 사전에 등록한 본인 개인지갑으로만 출금을 허용하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도 2022년부터 등록한 지갑으로만 송금할 수 있는 방식을 운영해왔다. 개정 시행령은 비수탁형 개인지갑과의 이전거래를 고객과 상대방이 동일한 경우로 한정하면서 금액 기준을 두지 않았고, 고객이 자금세탁행위를 할 우려가 있으면 거래 자체를 금지하도록 했다. 비수탁형 개인지갑은 국내외 가상자산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관리하는 가상자산주소를 말한다.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는 의심거래로 보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고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조항별로 다르다. 개정 시행령은 지난 8월 18일 공포돼 20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해외 사업자와 개인지갑 거래를 규율하는 제10조의20과 트래블룰 금액 기준을 없앤 제10조의10 등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내년 2월 19일부터 적용된다. 8월 20일 먼저 시행된 것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 강화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 관련 규정으로, 신고 요건에는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와 대주주 심사 범위 확대가 들어갔다.

업계에 남은 시간은 넉 달이다. 거래소들은 해외 사업자 평가 체계를 새로 만들고 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와 전산을 구축해야 한다. 준비 상황을 묻자 업계 관계자는 "시행일 전에 검토하여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눌지, 고위험으로 분류돼 송금이 막히는 해외 거래소가 어느 정도 규모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