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검찰청 폐지돼도 피해자 신탁 보호망 그대로"…공소청과 손잡고 범죄피해구조금 지킨다

-하나은행 "협약 그대로 이어져…공소청과 연계해 피해자 발굴" -유족구조금 하한 8200만원…받은 뒤 지킬 장치는 공백 -세월호·천안함 '사후 대응'에서 기관 상시 연결로 -타행은 공공·복지기관 경유…형사사법기관 연계는 드물어

2026-10-15     최정윤 기자
하나은행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78년 만에 검찰청이 문을 닫았지만, 하나은행이 검찰과 함께 짠 범죄피해자 재산 보호망은 그대로 남는다. 하나은행은 대전지검과 맺은 신탁 협약이 공소청으로 이어지며 "공소청과 연계해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대전지방검찰청과 '재산관리 신탁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강력범죄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가 받는 범죄피해구조금과 보험금을 은행이 신탁으로 맡아 성년이 될 때까지 보관하고, 생활비·의료비·교육비처럼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점에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는 협약 나흘 뒤인 이달 2일 검찰청이 폐지됐다는 점이다. 기소를 맡는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협약 상대였던 대전지검은 대전지방공소청이 됐고,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피해자 사례를 찾아 은행에 연결하는 역할이 유지되는지가 관건이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약은 그대로 이어진다"며 "범죄피해를 입은 미성년 자녀, 장애인, 고령자 등이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이들의 재산이 안전하게 보관되면서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신탁 상품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으로, 공소청과 연계해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금 두 배로 뛰었는데 지킬 장치는 없었다

신탁은 재산의 주인은 그대로 두고 관리와 지급만 은행이 맡는 제도다. 피해자가 목돈을 한꺼번에 손에 쥐는 대신 은행이 보관하다가 정해진 용도로 나눠 지급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돈을 빼 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구조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유족구조금 하한은 약 1600만원에서 약 8200만원으로 올랐고, 피해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던 자녀는 최대 1억6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구조금을 나눠 주는 분할지급 제도도 도입했지만, 돈을 받은 뒤 누가 어떻게 쓰는지까지는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다.

실제 피해도 반복된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9월 미성년후견인 자격으로 조카 몫의 사회보장급여 1318만원과 어머니 사망보험금 6864만원 등을 가로챈 40대 외삼촌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는 성인이 된 뒤 '숨은 보험금 찾기' 서비스로 뒤늦게 돈이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

세월호·천안함 '사후 대응'에서 기관 상시 연결로

하나은행이 이런 신탁을 맡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의 보상금과 보험금을 신탁으로 관리해왔고, 2021년에는 천안함 전사자 유자녀에게 모인 국민성금을 미성년후견지원신탁으로 받아 법무법인 가온을 신탁관리인으로 뒀다. 2019년에는 법무법인 율촌의 공익법인 온율과 범죄피해자지원 후견신탁을 함께 운영했다.

다만 이전까지는 사건이 알려지고 성금이 모인 뒤에야 은행이 나서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협약은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기관이 사례를 상시로 연결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관 협약으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사회적 약자의 재산관리를 위한 안정적인 신탁 기반의 보호체계를 마련해 금융의 본질인 포용금융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성년자는 직접 계약을 맺을 수 없어 후견인 등 보호자가 계약 당사자가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후견인 등을 통해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개별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온율·세무사회·치매센터까지…타행은 공공기관 경유

검찰 협약은 하나은행이 올해 쌓아온 취약계층 신탁 체계의 한 축이다. 지난 6월 온율과 장애인 사후 자산을 가족에게 안전하게 넘기는 유언대용신탁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고, 8월에는 한국세무사회와 유언대용신탁·후견인 제도 활성화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8월 금융권 처음으로 신설한 치매안심금융센터도 대구·대전 라운지로 넓히고 있다.

다른 은행도 취약계층 신탁을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의 재산관리지원서비스에 참여해 발달장애인·치매 어르신의 공공신탁 자금 관리를 맡았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복지단체·로펌과 장애인·후견 신탁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모두 공공기관이나 복지단체를 거치는 방식으로, 형사사법기관이 피해자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는 은행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수사권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간 만큼, 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보호망을 넓히는 다음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