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1위는 저축은행인데…19일 국감 증언대엔 은행장 다섯 명만
예가람 4만명·신한 2만5000여명…확인된 유출 가운데 다섯 곳이 2금융 당국은 예가람·웰컴 현장점검 착수…정무위 증인에 2금융 CEO는 없다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권 연쇄 해킹에서 개인 고객 정보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곳은 저축은행이다. 그런데 오는 19일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는 것은 시중은행장 다섯 명뿐이다. 감독은 제2금융권으로 내려갔는데 국감 추궁 대상은 1금융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까지 확인된 유출 규모를 보면 예가람저축은행이 4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가 빠져나갔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 서비스를 통해 2만5000여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한도가 포함됐고 일부 주민등록번호와 식별코드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고객 2200여건이 유출됐다.
규모가 작은 사례도 업권을 가리지 않았다. 새마을금고에서 400여명의 이름과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가 빠져나갔고 OK저축은행에서는 183명분이 13일 추가로 신고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담보대출 모집인 146명의 정보가 2일 해외 아이피 공격으로 유출됐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을 통해 119명, 하나은행이 영업지원시스템을 통해 89명의 정보를 잃었다. BNK부산은행은 외부 웹서버 공격으로 외주 개발자 11명의 정보가 노출됐으나 고객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출이 확인된 금융사 가운데 저축은행이 세 곳, 캐피탈과 상호금융이 각각 한 곳이다. 집계 단위가 개인과 법인으로 나뉘어 있어 업권별 합계를 단순히 맞대기는 어렵지만, 개인 고객 기준 1위와 3위가 2금융에서 나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무위원회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시중은행장 전원이 국감장에 서는 것은 4년 만이다. 피해 파악과 은행별 보안 점검, 후속 대책, 고객 피해 대응을 묻겠다는 것이 증인 채택 사유다. 반면 유출 규모가 가장 큰 저축은행과 사고가 확인된 캐피탈사의 최고경영자는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감독 당국의 발길은 이미 2금융으로 향했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면서 예가람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는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으며 제2금융권 사고는 평소보다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조사 범위를 전 금융권으로 넓혔다. 금융위원회는 4일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은행과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금융, 저축은행, 상호금융, 가상자산, 핀테크 등 전 업권 협회장과 사고가 발생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불러모았다. 14일 오후에는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감원과 금융보안원 등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전 금융권이 제출한 12개 항목의 보안점검 체크리스트 결과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한 해킹 재발 방지책을 논의한다. 추가로 드러난 사고가 기존 해킹과 같은 공격 주체에 의한 것인지도 조사 중이다.
2금융의 보안 수준을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1금융과 다르다. 정보보호 공시를 한 저축은행은 79곳 가운데 두 곳뿐이다. 투자액과 전담인력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사고가 터진 뒤에야 실태가 드러나는 구조다.
예산 집행 실태를 보여주는 수치는 나왔다. 정무위 박성훈 의원실 집계에 따르면 전산장애가 발생한 상위 20개 금융사의 지난해 정보보호예산 집행률은 69.6%에 그쳤다. 예산을 세워놓고도 3분의 1 가까이를 쓰지 않은 셈이다.
국감 준비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정무위 의원실들은 조사가 진행 중인 해킹 사안뿐 아니라 은행권 보안 시스템 점검을 위한 기본자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료 제출이 늦어지면 종합감사에서 실무자급 이상을 추가로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억원 위원장은 8일 금융위 국감에서 당국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19일 국감은 시중은행장을 상대로 진행된다. 그 자리에서 다뤄질 보안 책임의 범위가 1금융에 한정될지, 유출 규모가 더 큰 2금융까지 넓어질지가 남은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정보 유출 사고는 금융사의 규모보다 보안 시스템과 관리 체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국감에서도 시중은행의 보안 책임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상대적으로 보안 투자 여력이 부족한 업권의 실태까지 들여다보고,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업권 전반에 걸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