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쇼크에 반도체 또 4%↓…오늘 '삼전닉스' 외국인 투매 멈출까
美 9월 CPI 3.7%로 예상 상회…10월 금리인상 가능성 다시 부상 나스닥 1%대·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4%대 급락…SOXL 12%↓ 엔비디아 3%대·마이크론 2%대 하락…반도체 6거래일 연속 약세 외국인 전날 코스피 1조1813억원 순매도…7거래일 연속 '팔자' 오늘 오후 TSMC 3분기 실적…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중 변수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반도체주가 다시 급락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가 장 초반 2% 넘게 상승했다가 외국인 매도에 결국 하락 마감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 우려까지 다시 살아나면서 15일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8거래일째 이어질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다만 반도체 업황 자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도 확인됐다. 네덜란드 ASML이 인공지능(AI) 투자에 따른 장비 수요가 2028년 공급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 이날 오후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반도체주 하락이 업황 악화보다 금리와 밸류에이션,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TSMC 실적과 외국인 수급이 국내 증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美 CPI 3.7%…다시 살아난 '금리인상 공포'
미국 노동부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8월 3.4%에서 0.3%포인트 높아졌으며 시장 예상치 3.6%도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6% 상승해 시장 예상보다 강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사이 9.1%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물가 발표 전까지만 해도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지만 CPI 발표 직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LSEG 집계에서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CPI 발표 전 약 20% 수준에서 장중 40%를 넘어섰고 일부 시점에서는 60%까지 반영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물가 발표 직후 5.3%선까지 다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장중 5.29%대를 기록하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 부근으로 복귀했다.
나스닥 1%대↓…반도체는 4% 넘게 급락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한국시간 15일 오전 3시대 미국 뉴욕증시는 장 후반으로 향하는 가운데 S&P500지수가 약 1.1%, 나스닥종합지수가 1.6% 이상 하락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약세다.
기술주보다 반도체의 낙폭이 훨씬 크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4% 넘게 떨어진 1만17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14일 장까지 하락할 경우 최근 6거래일 연속 약세가 이어지는 셈이다.
미국 반도체주에 3배로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장중 12% 안팎 급락해 111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지난 6일 164.26달러였던 SOXL은 이날 장중 11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불과 6거래일 만에 낙폭이 30%를 넘어섰다.
단기간에 반도체 투자심리가 얼마나 급격하게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엔비디아도 3%대 하락…마이크론 1000달러 무너진 뒤 추가 약세
한국 반도체주와 밀접한 미국 종목들도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장중 3% 넘게 하락해 22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조정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도 약 2%대 하락해 93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마이크론은 지난 7일 1088달러에서 8일 1035.84달러, 9일 1029달러, 12일 989.04달러, 13일 953.19달러로 연속 하락했다. 이날까지 약세가 이어지면서 7일 고점 대비 14% 이상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강력한 메모리 수요와 공급 부족을 확인했음에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현재 메모리 가격이나 기업 실적보다 높은 금리와 AI 투자 수익성, 중국 CXMT의 기술 추격 등 향후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SML은 "2028년까지 공급 부족"…업황 신호는 정반대
주가 움직임과 실제 반도체 설비투자 수요 사이에는 괴리도 커지고 있다.
ASML은 전날 3분기 매출 116억6200만유로, 순이익 49억60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93억2600만유로에서 크게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7.5%에 달했다. 올해 전체 매출 전망도 440억~450억유로로 제시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수주 전망이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이 AI 투자 규모와 지속기간에 대한 전망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일부 고객은 이미 2029년과 2030년 장비 주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은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만으로는 2027년과 2028년 고객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2028년 생산능력을 기존 계획보다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실제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코스피 6190까지 올랐다 6008 마감…외국인 또 1.18조 매도
국내에서는 이미 전날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54포인트(0.44%) 하락한 6008.81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190.65까지 올라 2% 넘게 반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핵심은 다시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81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7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개인도 309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이 8053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과 같은 23만2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1.66% 떨어진 141만9000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 두 종목 모두 반등했지만 외국인 매도가 확대되면서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6.8원 하락한 1338.3원에 마감했는데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외국인 매도가 단순히 원화 약세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늘 오후 3시 TSMC 실적…국내장 열려 있을 때 나온다
15일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반도체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TSMC는 이날 오후 2시 대만 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 오후 3시부터 3분기 실적 설명회를 개최한다. 국내 증시가 거래 중인 시간이다.
이미 공개된 TSMC의 3분기 매출은 1조4900억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에서는 3분기 순이익이 약 7463억대만달러로 전년보다 65% 증가해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 중요한 것은 4분기 가이던스와 자본지출 계획이다.
TSMC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고객들의 주문 강세를 확인하고 향후 설비투자 계획을 유지하거나 높일 경우 최근 불거진 'AI 투자 정점론'을 완화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을 경우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주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 '6000선'보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외국인 매매 봐야
15일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 6000선 자체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 방향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예상보다 높은 CPI와 미국 반도체주 급락을 감안하면 장 초반 투자심리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단기간에 큰 폭으로 조정받았고 ASML을 통해 실제 AI 설비투자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동시에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지수가 4%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순매도 규모가 전날보다 줄어든다면 최근 급락 과정에서 나타난 포지션 축소가 막바지에 들어갔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외국인이 현물과 코스피200 선물을 동시에 다시 대규모로 매도하고 삼성전자 23만원, SK하이닉스 140만원선까지 무너질 경우 국내 반도체주의 수급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오후 3시부터 TSMC 실적과 향후 전망이 국내 증시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만큼 이날 장 후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장비주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15일은 미국 CPI라는 거시 악재와 ASML·TSMC가 보여주는 반도체 펀더멘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하루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가 코스피 6000선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기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