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인지 7개월·추심 23년…국책은행 국감 후속 조치, 상록수 정리 이어 새 규정 시행

기은 중국법인 7개월·산은 경찰 통지로 인지…장민영 "외부 통제장치 더 마련" 상록수 배당·수수료 지적에 장민영 "통감"·박상진 "아쉽다"…금융위는 12일 '조건부 대손인정' 시행 은행권 "해킹 회의는 정보 공유 차원…장기연체채권은 의견 내기 이른 단계"

2026-10-14     최정윤 기자
[사진=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사고 인지·보고 체계의 지연과,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23년간 추심해 온 유동화회사 '상록수'에서 배당·수수료를 수취한 문제로 집중 질의를 받았다. 두 은행장은 내부통제 보완과 책임을 언급했고, 금융위원회는 상록수 채권 정리에 이어 지난 12일 장기 추심을 제한하는 조건부 대손인정제도를 시행했다.

은행권은 사고 보고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당국 회의 내용과 은행별 대응을 공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으며, 장기연체채권 관리는 당국 발표 직후인 만큼 의견을 내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두 은행의 후속 조치와 당국의 제도 보완 방향은 오는 22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다음 확인 계기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권 관계자는 "두 사안 모두 업권 범위에서 특별히 논의되는 의견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해킹 사례와 관련해 회의는 진행했지만 당국 회의 내용과 각 은행별 대응을 공유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장기연체채권 관리·소각에 대해서는 금융위 발표가 나온 직후라며 "아직 의견을 말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했다. 금융위가 12일 시행한 조건부 대손인정제도를 가리킨 것이다.

■ 사고 인지 지연, 국책은행도 예외 아니었다

이번 국감의 공통 주제는 사고 인지 지연이었다. 김형연 조국혁신당 의원은 현대캐피탈이 해킹 발생 닷새 뒤에야 사고를 인지했고, 신한은행에서는 보안부서가 아닌 개발부서가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점검표에 점검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금융회사가 최소 1년치 접속기록을 점검하고 발견 경로까지 보고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AI 해킹 대응이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국책은행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기업은행이 올해 6~8월 공시한 외부인 사기 사고 3건은 공시 금액 기준 1110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882억원대 임직원 부당대출이 적발돼 쇄신안을 내놓은 이후 발생한 사고들이다.

가장 규모가 큰 중국 현지법인 건(834억원)은 현지 금융회사를 통해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행업체가 차주의 상환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업은행은 7개월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182억원 규모 허위분양 대출사기에서는 사고 사실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채 추가 대출이 실행됐고, 94억원 건은 과거 기업은행에 사기 피해를 입힌 기업의 대표가 설립한 회사에 다시 대출한 사례였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 거래처의 사기 혐의로 583억원 규모 사고를 공시했다. 자체 점검이 아닌 7월 경찰청의 압수수색 통지를 통해 인지한 사고다. 산은은 해당 대출이 연체 없는 정상여신이고 담보가 상당해 공시 금액이 그대로 손실은 아니라는 입장이며, 최종 규모는 수사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기업은행 사고 세 건이 모두 외부인의 사기라는 점을 들어, 해외법인이 현지 업체에 대출을 위탁할 때 차주 모집에 한정하고 자금 입출금은 은행이 직접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장민영 행장은 "과거 부당대출 내부통제 관련해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3건 다 외부 사기 행각에서 일어났다"며 "외부적인 통제장치를 좀 더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업무보고에서는 "사고 보고와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내부통제의 빈틈을 철저히 메워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23년 추심 상록수…당국, 채권 정리 이어 조건부 대손인정 시행

상록수는 2002~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와 은행이 부실채권을 공동으로 회수하기 위해 설립한 유동화회사로, 이후 23년간 추심을 이어왔다. 현재 출자사는 기업은행을 비롯해 하나·국민은행,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9곳이다.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지적한 뒤 금융위는 출자사 전원을 소집해 상록수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고 회사를 청산하기로 합의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기금이다. 정리 대상은 약 11만명, 845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이어 유사 구조의 유동화회사를 전수조사해 46곳이 보유한 1조572억원 규모 채권도 매입하기로 했다.

국감에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것은 그간의 책임 문제였다. 상록수 지분 10%를 보유한 기업은행은 19년간 배당 215억원을, 수탁업무를 맡은 산업은행은 23년간 수수료 84억원을 받았다. 산은은 2011년과 2019년 두 차례 채권 만기를 연장했다. 카드대란 당시 1000만원이던 채무가 이자 누적으로 4400만~4500만원까지 불어난 사례도 제시됐다. 김 의원은 서민·소상공인 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 이 같은 구조에서 수익을 얻은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장 행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답했다. 박상진 산은 회장은 채권의 성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너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두 은행에 대응 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23년 동안 계속해서 추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책임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고, 유동화회사가 보유한 연체채권이 당국 보고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지적에는 제도적 미비점을 다시 살피겠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추심 관행 개선에도 나섰다. 12일 시행된 조건부 대손인정제도가 그것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손실로 인정받아 세제 혜택을 얻은 뒤에도 법적 절차로 소멸시효를 반복 연장하며 추심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대손인정을 신청할 때 정한 예정일에 시효를 완성하거나 채권을 포기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적용 대상은 은행·보험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3000만원 이하 개인 연체채권이며 올해 4분기 대손상각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시효 완성 의무는 양수인에게 승계되고, 시효 연장 후 3년이 지나면 상환능력을 재평가해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만료 전이라도 채권을 포기할 수 있다. 금융회사별 채권 포기·채무조정 실적을 업권별 협회를 통해 공시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은행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손 처리와 추심 종료가 함께 이뤄지면 장기 연체자는 재기 여건을 갖추게 되고, 은행 역시 해당 채권 관리에 묶여 있던 인력과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