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원 가능했는데 안내는 빠져...수출입은행, 무역금융 배분 '빈틈'

20년 하반기~지난해 상반기 무역어음 재할인 한도 이용률 평균 63.5% 23년 하반기 10개 은행 중 4곳 한도 소진...3곳은 배정액의 40% 이하만 이용 은행별 한도 증액 가능했지만 안내 미흡...감사원, 금융지원 기회 축소 지적 3개 은행, 한도 소진 후 외화콜머니로 31억달러 조달 한도 추가 배정 시 최대 26만달러 절감 추산...수은, 안내 보완·내년 상반기 한도 개편

2026-10-14     이준성 기자
한국수출입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국내은행에 무역금융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은행별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절차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한도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일부 은행은 배정분을 소진한 뒤에도 자금 수요가 남아 있었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한도 조정 절차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회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녹색경제신문>이 감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한국수출입은행 정기감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무역어음 재할인의 반기별 한도 이용률은 평균 63.5%로 집계됐다. 

무역어음 재할인은 국내은행이 중소·중견 수출기업으로부터 매입한 무역어음을 수은이 다시 사들여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수은은 직전 반기 실적과 향후 사용계획, 신용등급 변동 등을 고려해 매 반기 초 은행별 재할인 한도를 배정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은행별 한도 이용 실적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하반기 사례에서 특히 뚜렷하게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전체 한도 이용률은 87.3%로, 한도를 배정받은 은행 10곳 가운데 4곳은 배정분을 모두 이용했다. 다만 나머지 6곳 중 3곳의 이용률은 각각 88%·77%·65%에 머물렀으며, 다른 3곳은 40%·10%·0%에 그쳤다. 달리 말하면 은행별 한도를 조정할 경우 미사용분을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관련 절차는 이미 수은의 내규와 재할인 협약에 마련돼 있었다. 은행이 증액을 요청하면 수은은 총한도 범위에서 다른 협약은행의 동의를 구해 반기 중에도 배정액을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수은이 제공한 상품 설명과 반기별 한도 통보 문서에는 은행의 요청에 따라 반기 중 한도를 증액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었고, 배정액 조정에 관한 별도 안내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2023년 배정분을 소진한 은행들이 추가 지원 가능성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시점과 조달비용을 함께 고려해 조달 수단을 선택한다"며 "무역어음 재할인처럼 한도 증액에 다른 은행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라면 신청 절차와 예상 소요시간을 사전에 파악해야 실제 자금조달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배정분을 소진한 뒤에도 일부 은행에는 조달 수요가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2021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 달러화 재할인 이용 실적 상위 5개 은행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3개 은행은 이 기간 한도 소진 이후 타 은행에서 단기 외화를 빌리는 '외화콜머니'로 40차례에 걸쳐 총 31억1500만달러를 조달했다.

감사원이 해당 차입과 시점·기간·규모가 비슷한 조건으로 재할인을 이용했을 때의 요율을 추정해 실제 차입금리와 비교한 바에 따르면 40건 가운데 24건은 추정 재할인 요율보다 높은 금리로 외화를 빌린 거래였다. 즉, 추가 한도를 배정받았다면 일부 거래에서는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여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은 추가 한도를 배정받아 재할인을 이용했다면 최대 26만2733달러의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수은이 은행별 추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정책자금 운용 효율성이 저하되고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회도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사원은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외화자금 공급 실적이 우수한 국내은행에 단기 외화자금이 적기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무역어음 재할인 한도가 조기 소진돼도 연도 중 증액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은행에 적극 안내하는 등 보다 유연한 한도 재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수은에 주문했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감사 지적을 수용해 한도 배정 통보 시 반기 중 증액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함께 안내하도록 보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할인 총한도 증액과 은행별 기본한도·유보한도 이원화 방안도 내부 검토를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협약은행 수요와 외화 재원 여건을 고려해 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