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손볼 길은 2027년 점검뿐…이동철 여신협회장의 카드는 전부 국회에 있다
적격비용 주기 6년으로 확대…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 95.7% 가맹점수수료수익 5년 만에 감소·여전채 AA- 4.655%…돌파구는 모두 입법 대기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여신금융협회가 회원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할 수단을 찾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수수료 제도는 당국이 재산정 주기를 늘려 묶어놨고, 조달 금리는 오르고 있다. 이동철 회장이 취임 때 내놓은 돌파구는 대부분 법 개정이나 당국 결정이 전제여서 협회가 직접 밀어붙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수수료 쪽은 길이 좁아졌다. 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2024년 재산정분이 지난해부터 적용됐으므로 다음 재산정은 2030년이다. 금융위원회가 3년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카드사의 영업 상황을 점검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재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남아 있어, 협회가 기댈 수 있는 시점은 2027년 점검뿐이다.
그 사이 우대수수료 적용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올 하반기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309만4000곳으로 전체 323만5000곳의 95.7%다. 우대수수료율은 연매출에 따라 신용카드가 0.4%에서 1.45%, 체크카드가 0.15%에서 1.15% 사이에 분포한다. 지난해 업계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08%였다. 2012년 적격비용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이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올 하반기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새로 분류된 15만9000곳은 일반 수수료와 우대 수수료의 차액을 환급받는다.
본업 수익은 추세적으로 꺾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상반기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지난해 3조7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734억원보다 7.40% 줄었다. 2020년 이후 5년 만의 감소다.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상반기 26.18%에서 2022년 24.68%, 2023년 22.56%를 거쳐 지난해 20.63%까지 내려왔다. 감소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2월 수수료 개편안이 적용된 때와 겹친다.
실적 전체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을 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보다 2308억원, 8.9% 줄었다. 금감원은 가맹점수수료수익이 줄고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같은 기간 카드대출과 할부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본업에서 빠진 수익을 대출에서 메우는 구조가 당국 집계로 확인된 셈이다. 연체율은 1.52%로 전년말보다 0.13%포인트 내렸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 레버리지배율은 규제 한도 8배를 크게 밑도는 5.1배였다.
금감원이 지목한 이자비용 증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3년물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의 민간 채권평가사 평균 금리는 AA+ 등급이 4.504%, AA- 등급이 4.655%다. A 등급은 6.211%, BBB 등급은 8.843%로 등급이 내려갈수록 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 여전채 금리는 1월 초 3%대 초반에서 3월 23일 4.167%로 약 3년 만에 4%대에 올라섰고, 지난 9월 28일에는 AA+ 등급이 4.680%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동철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협회는 6월 16일 임시총회에서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제14대 회장으로 선임했고, 이 회장은 17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정완규 전 회장 임기 만료 후 약 8개월간 이어진 공백을 메웠다. 2010년 회장직이 상근으로 바뀐 뒤 민간 출신 회장은 2019년 선출된 김덕수 전 회장이 유일했는데, 7년 만에 다시 민간 출신이 왔다.
취임사에 담긴 과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플랫폼 전환이다.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데이터 활용 규제를 합리화하고 빅테크와 간편결제사업자 사이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캐피탈과 신기술금융업 쪽으로는 렌털 한도 규제 완화와 혁신금융서비스 도입,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투자목적회사 설립 및 글로벌펀드 운용 허용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록의 공통점은 협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전제다. 두 법안 모두 국회에 머물러 있다.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막바지 협의 단계라고 답했지만 세부안은 공개되지 않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논의는 11월로 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렌털 한도와 신기술금융 관련 건의도 당국이 규정을 고쳐야 가능한 사안이다.
협회가 준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전담 조직을 가동해 1년 넘게 돌렸다. 법이 열리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준비라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2027년 점검을 아직 먼 이야기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정도에 데이터가 나오면 그때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협회가 자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전선은 2027년 적격비용 점검으로 좁혀진다. 수수료율을 되돌리려면 그 자리에서 재산정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203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이미 다섯 해 만에 꺾였고 조달 금리는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