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증권, 코스피 부진 배경에 원화 강세 지목..."외국인 매도 압력 키워"
코스피, 6월 말 대비 24.7% 급락...나스닥·대만 증시와 수익률 격차 확대 하반기 원화 가치 13.8% 급등하며 엔화·대만달러 대비 강세 뚜렷 환율 변동성 진정·대외 불확실성 완화가 수급 회복의 관건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증시가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증시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상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환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유인을 높이면서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iM증권은 '원화 강세도 코스피 차별화 원인?'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와 가파른 원화 가치 상승이 코스피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국 증시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데에는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종가 기준 미국 나스닥지수는 6월 말 대비 3.9%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같은 기간 24.7% 급락했다. 일본 증시가 1.4% 하락하고 대만 증시가 6.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부진은 13일에도 이어졌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5.46%) 하락한 6035.35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에는 5911.11까지 밀리며 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128억원을 순매도했고, 급격한 주가 하락에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과 수급 여건 악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급격한 가격 변동과 시장 위축이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부추긴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도 9월부터 다시 확대되면서 지수 하락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의 이례적인 상승세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6% 하락했던 원화 가치는 하반기 들어 지난 12일까지 13.8%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 상승률은 1.4%에 그쳤으며 엔화는 2.4% 상승했고 대만달러는 오히려 0.2% 하락했다.
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주변국 통화와의 교차환율에서도 확인된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840원대로 하락하며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대만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202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주목할 부분은 원화 가치와 국내 증시의 움직임이 과거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원화 약세에도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원화가 강세로 전환된 6월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원화 강세가 반드시 외국인 자금 유입이나 국내 증시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iM증권은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이 기존 국내 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의 환차익 실현 유인을 높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원화가 약세였던 시기에 국내 주식을 매수한 외국인이라면 이후 주가가 조정받더라도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환차익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도 결정을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화 강세만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정점 우려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선호 변화 등이 국내 증시의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했던 만큼 글로벌 AI 투자 모멘텀 약화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유가 불안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가 조정 국면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발생이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환율만으로 현재의 외국인의 공격적 순매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화 변동성이 진정되고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도 완화된다면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주식 순매도 기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소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이는 국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