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과급 합의 주역들의 말 바꾸기…'삼성의 이익' 논하는 테이블 넓혀야

'숙의할 책임' 방기한 노동부 장관과 노조위원장 협력사·국민 몫까지 담는 분배 논의 필요한 때

2026-10-13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부 직원 한 명에게 지급할 성과급이 평균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가 시기와 질투, 열패감 등으로 뒤덮히고 있다. 감정적으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직장인이 한 순간에 그 정도 돈을 번다는데, 누가 배 아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가 회사 내부를 넘어 사회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다.

다만,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파도를 보지 말고 조류의 흐름을 보라"고 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는 역사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떤 후과를 낳을까.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소외되는 곳은 어디인가. 현재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이 사건의 본질을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사라지고, "누가 얼마나 받는다더라" "주변 집값이 어떻게 된다더라" "결정사(결혼정보회사) 순위가 바뀐다더라" 등의 소음만 남아선 안 된다. 부정적인 감정들로만 이 사건을 소모하기에는 우리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 질문이 사라진 데에는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합의를 이끈 두 주역이 넉 달여 만에 그 합의의 성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과 노조위원장이 기업의 이익 배분 방식에 대한 숙의 없이 졸속 합의를 이끌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탓에, 사회적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8일 출연한 SBS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새 지침대로라면 5월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불법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할 때도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라고 합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5월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안에는 DS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포함됐다. 합의안의 용어만 '사업 성과'라는 추상적 표현을 썼을 뿐, 사업 성과는 사실상 영업이익과 같다. 실제로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임직원에게 안내한 세부 기준에서도 특별경영성과급은 DS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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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자신이 중재한 파업 위기에 뒤늦게 '불법' 딱지를 붙였다는 점이다. SBS 라디오 진행자가 언급한 '새 지침'은 지난달 3일 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의미한다. 해당 지침에서 노동부는 기업 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이른바 'N%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즉 지난 5월 김 장관은 약 세 달 후에 노동부가 불법으로 규정할 파업 사태를 두고 '영업이익 N% 성과급' 합의를 주도한 셈이다. 그 당시 주도한 합의가 법적·정책적 고민 없이 얼마나 서둘러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당사자인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의 "노조가 파업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파업을 전제로 교섭을 진행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당시 합의가 불발될 경우 다음 날인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최 위원장은 앞서 4월 23일 투쟁사에서 "파업 18일이면 사측에 영업이익 18조원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측과 정부가 파업 일주일 전 추가 대화를 제안했을 때도 최 위원장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업 시한이 협상의 지렛대로 쓰이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투쟁 당시 드러난 최 위원장의 노동관에도 문제가 많았다. 노동운동이 쌓아 온 사회적 신용은 '약자의 목소리'라는 데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난 5월까지의 투쟁 과정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오로지 영업이익 15% 성과급의 제도화와 상한 폐지였다. 협력사나 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함께 묻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산업재해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도 없었다. '파업은 고소득 정규직이 더 큰 몫을 받아내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생계가 걸린 문제로 거리에 나서는 노동자들의 싸움은 더 고단해질 뿐이다.

사실 두 사람은 각각 국가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위원장으로서, 전례 없는 규모의 기업 이익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고민했어야 할 당사자들이다. 이익 창출에 기여한 다양한 주체들과 나누는 대신, 그 이익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독식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말하고 논의했어야 했다. 고민 없는 졸속 합의는 결국 지금의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냈고,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의 이익 배분을 노사 두 당사자의 힘겨루기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그 원칙과 문화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처럼 한 해 수백조원의 이익이 거론되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이익은 본사 임직원만의 것이 아니다. 장비를 들이고 소재를 대고 공정을 떠받친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업체의 노동이 그 안에 있다.

세액공제 같은 정책 지원으로 투자 부담을 함께 나눈 국가 재정이 있고, 전력과 용수를 끌어오는 기반시설의 부담을 감내한 지역과 국민도 있다. 이익을 함께 일궈낸 주체가 이만큼 넓다면, 나누는 논의의 테이블도 그만큼 넓어져야 한다. 주주 및 협력사와의 성과 공유를 어떤 기준으로 할지, 사회에 돌아가는 몫을 어떻게 정할지, 그 결정을 누가 어떤 절차로 내릴지 등을 공론의 장에서 다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