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넘어 메모리 확장·저장까지 공략…AI 전략 다변화
HBM5·CXL·차세대 SSD로 메모리 전략 다변화 AMD와 CXL 솔루션 시연…AI 인프라 협력 확대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사업을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에서 메모리 용량 확장과 데이터 저장 분야까지 넓힌다. AI 모델이 대형화하고 추론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처리 속도뿐 아니라 용량 확대와 데이터 저장·관리 효율까지 아우르는 기술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심호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AE팀 상무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글로벌 서밋 2026'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스토리지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속도(Speed), 메모리 확장성(Memory Expansion), 데이터 영속성(Persistence)을 3대 전략 축으로 제시했다.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스템이 활용할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고,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기술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속도 측면에서는 HBM5와 맞춤형 HBM, 연산칩 위에 메모리를 적층하는 zHBM, 메모리 내부에서 일부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을 준비하고 있다.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을 뒷받침하는 메모리 기술을 고도화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연산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메모리 확장성 분야에서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이를 활용한 메모리 모듈인 CMM-D(CXL Memory Module-DRAM)를 앞세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장치가 메모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다.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을 통해 AI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 한계를 보완하고 데이터 관리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데이터 영속성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고용량 낸드플래시 기술 등을 통해 대규모 AI 데이터의 저장 성능과 용량을 끌어올린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가 급증하는 만큼 고속 메모리뿐 아니라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스토리지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을 공동 시연한다. 메모리 풀링 기술을 활용해 여러 시스템에서 메모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별 시스템에 장착된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는 최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공동 시연을 통해 AI 인프라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전시 공간에서 HBM4E·HBM5와 맞춤형 HBM을 비롯해 저전력 메모리 기술, CXL 메모리, 기업용 SSD 등을 선보인다. HBM5 모형과 웨이퍼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공개하고, 그록의 AI 연산용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그록3 시스템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업 성과도 소개한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CPU·GPU·메모리·저장장치 등 AI 시스템 전반을 함께 설계하고 검증하는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AI 환경에서 메모리와 저장장치 기술을 검증하는 '삼성 맥스랩'을 통해 개발 초기부터 고객의 시스템 요구사항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아우르는 전략을 내놓은 것은 AI 인프라 경쟁의 범위가 개별 반도체의 성능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데이터 처리 효율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대형화하고 추론 수요가 늘면서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 메모리 용량 부족, 대규모 데이터 저장 등 다양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메모리 확장과 스토리지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AI 인프라 시장에서 종합 솔루션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9%,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D램과 낸드 시장 모두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능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전자의 올해 D램 생산능력이 300㎜ 웨이퍼 기준 약 817만5000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666만장과 마이크론의 360만장을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82.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