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서 실리콘 인터포저 조달…AI 반도체 공급망 현지화 속도

TSMC, GF와 5년간 약 20억달러 공급 계약 체결 애리조나 웨이퍼 생산 이어 첨단 패키징 현지화 추진

2026-10-12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대만 TSMC가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실리콘 인터포저를 미국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미국 내 웨이퍼 생산에 이어 첨단 패키징 관련 부품 공급망까지 현지화하면서 AI 반도체 제조 공정을 미국 안에서 완결하는 구조에 한층 가까워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GF)는 최근 TSMC와 실리콘 인터포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GF는 뉴욕주 몰타 공장에 생산시설을 새로 구축하고 이곳에서 생산한 실리콘 인터포저를 TSMC에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5년간 총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8년 상반기 시작될 예정이다. GF는 이번 계약을 통해 몰타 공장이 미국 내 첫 실리콘 인터포저 공급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여러 반도체를 나란히 배치하고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칩 사이에 미세한 전기적 연결 통로를 제공해 고성능 반도체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생산에 활용되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동안 실리콘 인터포저 생산은 대부분 대만에서 이뤄졌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과 함께 실리콘 인터포저 공급도 주요 병목 요인으로 꼽혀왔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 첨단 패키징 시설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실리콘 인터포저까지 미국에서 공급받게 되면 웨이퍼 생산부터 패키징에 필요한 핵심 부품 조달까지 현지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된다.

[사진=TSMC]

이번 계약은 과거 특허 분쟁을 벌였던 양사가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GF와 TSMC는 2019년 상대방이 반도체 제조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독일 등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이후 두 달 만에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을 마무리했다. GF는 2018년 최첨단 미세공정 개발을 중단한 뒤 성숙 공정에 주력해왔다.

에드 캐스트 GF 수석부사장은 "첨단 패키징은 차세대 AI 시스템에 필요한 성능과 전력 효율, 규모를 구현하는 데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활용해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공급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AI 반도체 공급망 확대는 국내 메모리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PU와 HBM이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함께 배치되는 구조인 만큼, 미국에서 첨단 패키징 생산이 확대되면 HBM을 비롯한 핵심 부품의 현지 공급 요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TSMC의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대와 맞물려 미국 현지에서 AI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웨이퍼 생산능력과 HBM 성능을 넘어 첨단 패키징과 관련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이 늘어날수록 국내 메모리 업체들도 고객사의 공급망 현지화 요구와 생산능력 확대 압력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