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미국·중국 'AI붐' 대응 "한국도 반도체 증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일본 공장 스터디 중"
- 중국 기업인 자문회의 참석... "수요 엄청난데 공장 못 늘리면 문제" - SK, 35년간 中 80조 투자 강조...상하이에 ‘AI 연구개발센터’ 추진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미국 마이크론이나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빠른 추격을 우려하며 "한국도 민관이 더 힘을 모아 반도체 팹 증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
최태원 회장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8회 상하이시 시장(市長)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익스팬션(확장)을 빨리빨리 해야(한다). 중국 (업체들)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버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계속 늘려야 한다"며 "수요는 엄청나게 있는데 공장을 못 늘리면 그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일본 등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스터디 중"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9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인 광주 군공항을 방문해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며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추정한다. 또 다른 부지와 (반도체 팹) 조성이 더 필요한 것이고, 필요하다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병행해서라도 지어야만 할 사정이 생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AI 붐' 속에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에서는 D램의 창신메모리(CXMT)와 낸드플래시의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물론 공격적인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중국 업체들에 대해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된다. 거기는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며 "경쟁을 세게 붙어야 하는데 중국 시장에서 우리는 익스팬션이 안 되고 있으니까 중국 시장을 놓고는 별로 경쟁이 잘 안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공화당·미시간) 위원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거론한 것과 관련 최태원 회장은 "별로 현명해 보이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렇게 막는다고 해서 중국의 반도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 현명해 보이진 않는다"며 "CXMT와 YMTC가 무서운 속도로 계속 오고 있다. 그동안은 미국이 그런 정책을 안 했기 때문에 그랬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물레나르 위원장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투자로 인해 미국의 핵심 공급망이 중국의 압박에 취약해질 가능성을 거론했으며, 특히 삼성전자의 산시성 시안, SK하이닉스의 장쑤성 우시 및 랴오닝성 다롄 공장을 지목하며 중국의 지렛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상하이 서비스업 혁신·발전 촉진'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SK는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등 중국에 600억 달러(약 80조6천억원)가량을 투자했다"며 "지난 35년간 중국 내 가장 큰 외국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상하이가 AI 시대의 혁신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 "정부가 '기민한 규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낡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들에 어려움을 만들 수 있지만 불명확한 규제가 흔히 가장 큰 도전"이라고 전했다.
주최 측 자료에 따르면 SK 측은 최태원 회장 명의로 발표된 글에서 SK에 대해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AI 첨단 기업"이라며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SK 측이 AI 풀스택 업무 능력과 광범위한 글로벌 협력망을 갖추고 있다는 것.
이어 SK 측은 "SK가 상하이에 AI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이 센터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바이오 의약 등 첨단 영역을 중점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업에 대해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AI 및 첨단 산업 혁신 생태계에 더 융화되고 현지 협력을 심화하려는 전략적 고려에 기반한 것"이라며 "(중국의) 혁신 생태계와 깊이 협력하는 것은 SK가 기술 추세와 산업 기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날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는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주중밍 상하이 시장을 비롯한 상하이 당국자들과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