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 예별손보 인수, 남은 건 승인만?…예보 지원·자본 여력 검증대
OK넥스트-예보, 예별손보 주식매매계약 체결 금융위 대주주 변경 승인·예보 지원금 사후관리 쟁점 주력 계열사 OK저축은행은 본업 이자수익 감소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OK금융그룹이 예별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본계약 단계에 들어서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가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보험사 인수합병이 아니다. 예별손보는 옛 MG손해보험 부실 정리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 보험사다. 인수 과정에서 예보의 자금 지원이 수반되는 만큼, 새 주인의 자본력과 보험업 운영 능력, 예보 지원금의 사후 관리 체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 계열사 OK넥스트와 예보는 7일 예별손보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OK넥스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약 3개월 만이다.
거래가 최종 마무리되려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보는 계약에 따른 자금 지원을 실행하고, OK넥스트는 대금 납입과 주식 이전을 통해 예별손보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OK금융은 앞서 본지 질의에 “소비자금융 라이선스를 반납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M&A 건이 있으면 해당 부서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건 역시 그 일환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OK금융 입장에서는 예별손보 인수가 저축은행과 캐피탈 중심의 사업 구조에 보험업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비자금융 라이선스를 반납한 이후 새 성장 축을 찾는 과정에서 보험업 진출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선택지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거래를 OK금융의 사업 다변화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예별손보가 부실 보험사 정리 과정에서 나온 가교 보험사이고, 인수자에게 예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얻게 되는 것은 보험업 라이선스뿐 아니라 기존 보험계약 유지와 보험금 지급, 자본 확충, 손해율 관리 등 정상화 책임이다.
첫 번째 쟁점은 예보 지원금이다. 예보 지원은 예별손보 정상화와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한 자금이어야 한다. 특정 금융그룹의 보험업 진출 비용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비치지 않으려면 지원 조건과 자금 사용처, 사후 점검 장치가 명확해야 한다.
금융권의 한 보험 M&A 자문 관계자는 “예별손보는 일반 보험사 매물이 아니라 부실 정리 매물”이라며 “인수자가 얼마를 써냈는지보다 예보 지원 이후 자체 자본을 얼마나 책임지고 투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OK금융 측은 예별손보 인수 이후 초회년도 증자를 진행하고, 성장 속도에 따라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증자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초회년도 자본 투입만으로 안정화 기간인 3~5년간 K-ICS, 즉 지급여력비율 130% 기준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획이 정상 시나리오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손해보험사는 금리, 손해율, 해약률, 자산가격 변동에 따라 지급여력비율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예별손보처럼 부실 정리 과정을 거친 보험사는 신계약 회복, 기존 계약 관리, 보험금 지급, 자본 확충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두 번째 쟁점은 OK금융의 자본 여력과 수익 구조다. 예별손보 인수 주체는 OK저축은행이 아니라 OK금융 계열사 OK넥스트다. 다만 OK저축은행은 OK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룹 전체의 자본 여력과 주력 계열사의 수익 기반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OK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로는 개선됐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익의 내용을 보면 본업인 여신 부문 회복보다 유가증권 투자 성과가 크게 작용했다. 이자수익과 대출채권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고,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은 대폭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의 2026년 1분기 이자수익은 2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3130억원보다 감소했다. 대출채권 이자수익도 같은 기간 2974억원에서 2583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은 29억원대에서 741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분기순이익은 113억원에서 820억원으로 늘었다.
저축은행 리스크 관리를 담당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OK저축은행의 1분기 실적은 본업 여신 회복보다 유가증권 처분·평가 이익 영향이 커 보인다”며 “보험사 인수 심사에서는 단기 순이익보다 이익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쟁점은 OK금융의 금융권 내 영향력 확대다. OK금융은 그동안 iM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 지분을 확보해 왔다. iM금융지주에서는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고,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에서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일부 지방금융지주에는 OK금융 측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 영향력도 확보했다.
OK금융은 지방금융지주 지분 보유를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지방금융지주 지분 확대에 이어 예별손보 인수까지 현실화되면, 금융당국이 개별 거래만 따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전체적으로는 저축은행계 금융그룹이 은행 지주 지분과 보험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는 장기 계약자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다. 예별손보가 OK금융그룹에 편입될 경우 보험계약자 자산 운용과 그룹 차원의 투자 전략 사이에 명확한 방화벽이 필요하다. 보험사 자산 운용이 계약자 이익보다 그룹 전체의 금융지주 투자 전략이나 계열사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심이 생기면 소비자보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네 번째 쟁점은 보험업 운영 역량이다.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사는 리스크 구조가 다르다. 저축은행은 여신 심사와 연체 관리가 핵심이지만, 손보사는 장기 보험계약 관리, 보험금 지급 심사, 손해율 관리, 지급여력비율 관리, 민원 대응이 핵심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고 해서 부실 보험사 정상화 능력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손보사 장기보험 부문을 담당했던 한 전직 임원은 “손보사는 자본만 있다고 운영할 수 있는 업권이 아니다”며 “부실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보험계약자 보호, 손해율 관리, 전문인력 확보, 민원 대응 체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보 입장에서도 부담은 남아 있다. 예별손보 매각은 여러 차례 무산됐다. 매각 장기화가 예보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각 성사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 보험사를 넘겨받은 새 주인이 다시 자본 부족이나 소비자보호 문제를 일으킬 경우 그 부담은 금융당국과 예보,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보험업계의 한 구조조정 업무 경험자는 “부실 보험사 매각은 빨리 파는 것보다 다시 부실을 만들지 않을 주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보 지원금이 들어가는 거래라면 지원금이 인수자의 외형 확장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자 보호와 정상화에 쓰이도록 사후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OK금융의 종합금융그룹 도약 여부가 아니다. 예보 지원이 붙은 부실 보험사 매각에서 금융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새 주인을 승인할 것이냐다.
금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는 형식적 관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OK넥스트의 자본 조달 구조, OK금융그룹 차원의 추가 증자 능력, 주력 계열사의 수익 구조, 지방금융지주 지분 보유와의 이해상충 가능성, 보험업 전문성, 예보 지원금 사후 관리 방안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SPA 체결은 거래의 끝이 아니라 금융당국 검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