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입고, 쓰고”…유통가, 한글날 맞아 색다른 ‘우리말 실험’
유통·식품·패션업계, 한글날 맞아 광고·패션·식음료·폰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 가치 조명 뉴욕 타임스퀘어부터 매장·모바일 앱까지…소비자 접점 넓혀 한글 ‘보는 것’에서 ‘입고·쓰고·먹고·사용하는 것’으로 확장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한글날을 맞아 기업들이 한글과 우리말을 활용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과거 한글날 마케팅이 기념 문구나 캠페인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광고·패션·식음료·폰트 등 소비자가 일상에서 직접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기업 브랜드의 정체성과 한글의 가치를 연결해 소비자 경험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글날을 앞두고 식품·유통·패션·외식·커피업계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한글을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기념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 자체의 정체성과 한글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빙그레는 프리미엄 냉장주스 브랜드 ‘따옴’을 앞세워 한글의 가치를 해외로 확장한다. 현지시간 8일부터 9일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한글 광고를 선보이며, 순우리말 브랜드인 ‘따옴’의 정체성을 알릴 예정이다. 특히 한글날에는 ‘자연에서 갓 따옴’이라는 기존 슬로건을 활용해 ‘자연에서 갓 따옴, 한글에서 갓 따옴’이라는 문구를 선보인다.
한글을 한국 안에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브랜드 언어로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글 자체를 알리는 동시에 순우리말 브랜드가 가진 차별성을 글로벌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한글과 독서 문화를 상품으로 옮기는 사례가 나왔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는 교보문고와 손잡고 한글날 컬렉션 ‘불면증 독서 클럽’을 선보인다.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 유선혜 시인의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에 등장하는 문장을 파자마와 담요 등에 적용하고, 북커버와 숄더백 등으로 상품군을 구성했다.
이는 한글을 단순히 디자인 요소로 차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 사례다. 책 속 문장을 의류와 생활용품에 담아 읽는 한글을 입고, 덮고, 지니는 한글로 바꾼 것이다. 교보문고가 추진하는 ‘보고, 읽고, 쓰고, 간직하는 한글’이라는 한글날 프로젝트의 방향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됐다.
식음료업계에서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디야커피는 오는 31일까지 모바일 멤버십 앱 곳곳에 한글 요소를 적용하고, 전국 매장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한 종이컵과 컵홀더를 선보인다. 앱의 음료 사이즈와 온도 구분 등에 사용하던 외국어 표기를 한글로 바꾸는 방식으로 일상적인 서비스 경험 자체에 한글을 녹였다.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이 음료의 우리말 이름을 직접 지어보는 ‘우리말 작명소’ 이벤트도 진행한다. 기업이 정한 한글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방향 캠페인보다 소비자가 직접 우리말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GS25는 한글을 소비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했다. ‘혜자로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전용 서체 ‘GS혜자로운체’를 개발해 한글날부터 무료로 공개한다. 해당 서체는 한글 2780자와 영문 94자, 특수문자 541자로 구성됐다. 개인과 기업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인쇄물과 광고, 패키지, 영상,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GS25의 사례는 브랜드 자산을 소비자에게 개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상품 패키지에 한글을 넣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글꼴 자체를 소비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혜자로운’이라는 브랜드에서 출발한 언어적 이미지를 소비자의 일상적인 표현 영역으로 넓히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한글날 연휴를 소비 상황과 연결한 프로모션도 이어진다. 제너시스BBQ는 한글날 당일인 오는 9일 BBQ앱에서 황금올리브치킨과 핫황금올리브치킨 주문 시 4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10월 한 달간 방문 포장 주문 고객에게 5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픽업 올데이 할인’도 진행한다.
BBQ에 따르면 지난 9월 ‘픽업 올데이’ 프로모션 참여율은 전월 대비 101% 증가했다. 한글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캠페인은 아니지만, 한글날부터 이어지는 연휴의 소비 수요를 겨냥해 브랜드 프로모션을 연결한 사례다.
이처럼 올해 기업들의 한글날 마케팅에서는 공통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한글을 광고 속 문구로만 활용하는 대신 브랜드가 가진 고유한 자산과 소비자의 실제 행동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한글날을 계기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의 가치를 보다 친근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우리 문화의 가치를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