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8.6세대 대규모 투자 대신 'FLiPP' 카드… IT OLED 판 흔든다

기존 인프라 활용해 투자 부담 최소화…삼성·BOE와 차별화 FMM 없이 대형 유리기판 통째로 증착…"원가 확실히 저렴"

2026-10-11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기술 'FLiPP(플립)'을 앞세워 IT용 OLED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이 8.6세대 OLED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생산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에도 IT용 OLED 시장의 수요 불확실성을 이유로 8.6세대 신규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개선 부담도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는 올해 기술 개발에 성공한 FLiPP 공정을 적용해 설비 투자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신규 투자 부담 낮추고 생산성 높인다···기존 설비 최대 활용

8일 LG디스플레이가 개최한 온라인 테크 세미나에서 최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FLiPP을 도입하면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제품 크기나 애플리케이션에 상관없이 생산이 가능하다"며 "8.6세대 신규 투자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LiPP은 기존 OLED 제조에 사용하던 FMM 대신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로 적색(R)·녹색(G)·청색(B) 픽셀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금속마스크를 유리기판 위에 올리고 구멍을 통해 OLED 유기물을 증착했다. 그러나 유리기판이 커질수록 얇은 금속마스크가 처지거나 위치가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FLiPP은 유리기판 전체에 유기물을 입힌 뒤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방식이다. 금속마스크가 필요 없어 대형 유리기판을 통째로 처리할 수 있고, 한 장의 기판에서 더 많은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LCD와 대형 OLED 생산에 활용하던 설비를 IT용 OLED 생산에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조흥렬 LG디스플레이 상무는 "다른 회사들이 8세대나 6세대 OLED를 생산할 때 대부분 신규 설비를 도입한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LCD와 White OLED에서 활용하던 설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설비를 상당 부분 활용해 비용 측면의 장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 효율 개선도 기대된다. 기존 FMM 방식은 유리기판을 옮겨 마스크를 정렬하고 증착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반면 FLiPP은 유리기판을 연속적으로 이동시키며 유기물을 증착하는 방식이 가능해 생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조 상무는 "FMM 방식과 OMM(오픈메탈마스크) 방식은 생산성에서 2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며 "FLiPP은 생산성이 높은 OMM 방식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원가 절감도 핵심이다. 기존 FMM은 제품 크기나 해상도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마스크가 필요하고, 마스크 관리와 불량에 따른 비용도 발생한다.

김응용 LG디스플레이 전문위원은 "FMM 제작과 관리, 불량에 따른 비용을 합치면 한 모델 기준으로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며 "FLiPP은 FMM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과 불량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FLiPP에는 정밀한 패턴 형성과 유기물 보호를 위한 추가 공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 제조원가 절감 효과는 양산 단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IT OLED 시장 직접 키운다"…노트북·모니터 우선 공략

LG디스플레이는 FLiPP을 노트북과 모니터 등 IT용 OLED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IT용 OLED는 LCD보다 높은 가격과 생산 기술의 제약으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FLiPP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면 OLED 채택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CTO는 "IT OLED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적인 측면과 가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성숙된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FLiPP을 통해 IT OLED 시장을 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양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부터 FLiPP 개발을 본격화했으며 현재 기술 개발 단계에 있다.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스마트폰과 TV용 OLED 생산라인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이미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갖춘 만큼 모든 제품을 FLiPP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최 CTO는 "향후 몇 년 후에는 FMM과 OMM, FLiPP과 같은 OLED 패터닝 기술이 함께 공존하게 될 것"이라며 "각 기술의 경쟁력은 시장과 고객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