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227곳 중 기후금융 평가 50곳뿐…비수도권은 7곳
기후금융 지표 반영 기초지자체 86% 수도권에 집중 평가항목·배점 제각각…지역 기업 녹색·전환금융 공급실적 평가 필요 2035년까지 기후금융 790조원 공급…민간 금융 유도할 금고 활용론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금고 지정 평가에 기후금융 관련 지표를 반영한 곳이 5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금융 평가를 도입한 기초지자체의 86%가 수도권에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녹색대전환을 위해 대규모 기후금융 공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역 간 금융 격차를 줄이려면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에도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전국 광역지자체 16곳 중 8곳(50%)과 기초지자체 227곳 중 50곳(22%)이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기후금융 관련 지표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지자체 금고 지정 평가항목 및 현황’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자료 기준일은 2026년 8월 31일이다.
기후금융 평가 기초지자체 86% 수도권…비수도권은 4.4%
지역별 격차는 기초지자체에서 더욱 컸다. 기후금융 지표를 반영한 기초지자체 50곳 가운데 43곳(86%)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반면 비수도권 기초지자체 160곳 가운데 관련 지표를 둔 곳은 7곳(4.4%)에 그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기후금융 평가 도입률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평가항목과 배점도 지자체마다 달랐다. 항목 명칭은 ‘기후금융 이행실적’, ‘녹색금융 추진실적’, ‘탄소중립 기여도’, ‘친환경에너지 전환 추진실적’, ‘탈석탄 선언 여부 및 이행계획’ 등으로 다양했으며 배점 역시 1점에서 6점까지 차이가 났다.
KoSIF는 일부 지자체가 금고 선정 대상인 은행의 ‘탈석탄 선언 여부’를 평가항목에 포함하고 있어 금융기관 간 실질적인 차이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기후 관련 이니셔티브 참여 여부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친환경 기업 금리 우대 실적 등을 평가하고 있었다. 같은 금융기관의 기후금융 활동이라도 지자체에 따라 평가 방식과 인정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선언보다 실제 공급실적”…공통 평가기준 필요
KoSIF는 금고 선정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선언이나 참여 여부보다 지역 내 녹색·전환금융 공급 실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2월 25일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026~2035년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기업의 녹색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7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에서도 재정 200조원과 기후금융 790조원 이상 등을 포함해 약 1000조원 규모의 재원 계획을 제시했다. 지역 수요와 산업 특성을 반영한 GX 거점 육성과 민간투자 활성화도 추진한다.
이처럼 기후금융 공급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뿐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KoSIF의 설명이다. 지자체 금고 지정 과정에서 은행의 기후금융 성과를 평가하면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금융기관 간 경쟁을 통해 지역 금융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고 선정 평가지표에 ‘지역 내 기업 등에 대한 녹색·전환금융 공급실적’을 반영하면 지역 중소·중견기업과 관련 프로젝트에 실제 자금이 공급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정해 금고 선정 평가의 자율항목 예시로 ‘녹색금융 이행실적’과 ‘탄소중립 기여도’를 명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정 범위와 실적 산정 및 증빙 방법 등은 지자체별 판단에 맡겨져 있어 공통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광희 의원은 지난 6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500조 원이 넘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금고 제도를 활용해 민간 기후금융의 활성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탈석탄 선언’ 여부를 넘어 지역 중소·중견기업 등에 실제 녹색·전환금융 공급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지자체마다 평가 항목과 배점이 제각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안부가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공통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SIF는 지자체 금고뿐 아니라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출자·출연기관의 주거래은행 선정, 국유·공유재산 보험사 선정 등 공공부문 금융기관 선정 과정 전반에 기후금융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도 제안할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후금융을 평가항목에 넣는 것 자체보다 실제 지역 기업과 프로젝트에 얼마나 자금이 공급됐는지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가기준이 통일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지역별 기후금융 수요를 발굴하고 관련 상품과 공급 규모를 확대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