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4.9%' 기업은행 포용대출에 몰렸다…3년치 1조 내년 소진 전망
기업銀 "금리 인상에도 4.9% 유지…1조 한도 내년 중 전액 소진 예상" 하나 석달 233억·신한 5.5~6.9%…6월 이후 은행 4곳 자체 중금리 상품 금리 체계 개편은 "미정"…1조 상품 안에서만 신용등급 무관 금리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신용평점 하위 50%라면 등급과 상관없이 같은 금리를 매긴 IBK기업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에 수요가 예상을 앞서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초 1조원을 3년 동안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한도는 내년 중 전액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로 금리 체계 개편이 멈춘 상황에서 상품 하나에서만 신용등급과 무관한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3년 쓰려던 1조원, 내년이면 바닥
7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출시한 'IBK 착한금리 포용대출'은 기준금리가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올라 3.00%가 되고 은행 예금금리까지 오른 뒤에도 출시 당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조달비용이 올라간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과 관계없이 연 4.9%를 그대로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등 없이 연 4.9% 단일금리를 적용한다. 청년층은 4.7%다. 한도는 1인당 최대 2000만원, 만기는 최장 10년으로, 총 공급 규모는 1조원이다.
수요는 신규 자금 쪽이 더 많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대환하려는 수요도 있지만 신규로 자금이 필요한 고객의 신청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에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며 "금리 변동에 따라 상환금액이 달라지지 않아 향후 계획을 세우기 수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저신용 고객의 실질적인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었다"고도 했다.
체계 개편은 '잠정 보류'…상품이 먼저 나왔다
상품이 나오기 두 달여 전인 지난 5월,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저신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용등급만으로 가산금리를 매기는 대신 대출 금액이나 성실상환 이력도 함께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은행은 이후 신용평점 하위 50%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금액 구간별 금리 차등이 가능한지 내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포용대출의 대상과 같은 층이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와 수도권 주택 거래 회복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금융당국의 우려가 커지자 기업은행은 6월 금리 체계 개편 검토를 잠정 중단했다. 신용대출 추이를 지켜보며 재검토 시기를 조율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나온 것이 1조원 한도의 포용대출이다. 전면 개편은 보류된 채 같은 하위 50%를 대상으로 한 상품 안에서만 신용등급과 무관한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금리 체계 개편 재개 시점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하나 석달 233억…6월 이후 은행 4곳 자체 중금리 상품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주문하면서 6월 이후 두 달 새 하나·기업·농협·신한은행이 잇달아 자체 상품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6월 19일 신용평점 하위 50% 고객에게 보증서 없이 연 5.5% 고정금리,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는 '하나원큐안심중금리대출' 출시를 알렸다. 2조원 규모로, 하나은행은 보증 없이 저금리로 내놓은 은행 자체 중금리 상품으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기준 5066건, 233억원이 나갔고 건당 평균 460만원이다.
신한은행은 6월 23일부터 하위 50% 고객 신용대출 금리에 연 6.9% 상한을 적용한 데 이어 8월 20일 '슈퍼SOL중금리대출'을 내놨다. 자체 개발한 대안평가모형으로 금융 이력이 적은 신파일러까지 심사하며, 고정금리 연 5.5~6.9%에 1인당 최대 2000만원, 최장 36개월이다. NH농협은행은 8월 4일 만 65~77세 고령층에 연 6.8% 이내로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NH올원더풀 행복동행 중금리대출'을 500억원 규모로 출시했다. 네 상품 모두 올해 민간중금리대출 상한인 연 8.02%를 1%포인트 이상 밑돈다.
조건은 갈린다. 하나은행은 금리를 하나로 묶었지만 한도가 1000만원이고, 신한은행은 한도는 2000만원이지만 금리에 1.4%포인트 폭을 뒀다. 농협은행은 고령층에 소액으로 한정했다. 기업은행은 네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고 만기가 가장 길다. 신용등급별 금리 차등을 두지 않은 것은 하나·기업은행 둘이다.
예금은 먼저 허물어졌다…38개 중 12개 '조건 없음'
대출보다 먼저 우대조건이 허물어지고 있는 곳은 예금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12개월 정기예금 38개를 7일 조회한 결과 12개가 기본금리와 최고우대금리가 같았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상품은 전부 우대조건이 없고,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과 농협은행 올원e예금도 조건이 없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의 대표 상품도 우대조건란에 '해당사항 없음'을 적었지만, 기본금리와 최고금리의 격차는 1~1.3%포인트 남아 있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은 최고우대금리 4.05%로 38개 중 가장 높고, 기본금리 3.85%는 전북은행 다이렉트 예금(3.9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격차는 0.2%포인트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금리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Hi통장 특별금리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금리 혜택을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량 관리가 길목…"선순환 기대"
예금에서 먼저 허물어진 우대조건이 대출로 넘어오는 길목을 막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서 민간중금리대출을 총량 관리 실적에서 일부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거론했지만, 기업은행은 7월 상품 출시 직전까지도 그 규모에 대한 당국 확답을 받지 못해 한도를 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개편 중단도 같은 가계대출 관리 국면에서 나왔다.
1조원이 예상대로 내년 소진되면 추가 공급 여부와 개편 재개 시점을 다시 묻게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고금리 대출을 대환한 고객의 경우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비용 완화가 신용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