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ffect] 이동형의 버거킹, 유해진 그리고 댓글창
버거킹은 "무관하다"고 했다.
6일 유해진 광고 종료를 확인하며 회사는 사전에 수립한 계획과 일정에 따른 것이고, 특정 이슈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캠페인 모델은 모두 일회성 계약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지난달 말, 버거킹은 유해진이 나온 광고 영상의 댓글창을 닫았다. "브랜드의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논쟁 장소가 아니기에 부득이 댓글 기능을 중지한 상태"라고 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상황을 지켜보다 조치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논란 때문에 댓글을 닫았는데, 같은 논란과는 무관하게 광고를 끝냈다는 설명이다. 두 문장이 함께 참이려면 이래야 한다. 논란이 광고 게시물은 덮쳤지만, 광고 계획은 건드리지 못했다.
시간표도 매끄럽지 않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계약은 지난달 30일 이미 끝났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진 건 6일이었다. 지난 4일 보수단체가 유해진 자택 인근에서 버거킹 광고 계약 철회를 요구할 때 철회할 계약은 이미 없었다. 회사의 확인은 본사 앞에 "유해진과 버거킹은 공범이다"라는 구호가 선 날에야 나왔다.
계약 만료는 광고가 끝난 이유를 설명한다. 게시물을 지운 이유까지 설명하진 못한다. 버거킹은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유해진이 나온 게시물을 삭제했고, 매장 포스터도 순차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같은 채널에 이정재 광고 영상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캠페인 게시물까지 지웠는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았다.
버거킹은 2020년 곰팡이가 34일 동안 피어나는 와퍼 영상을 광고로 내놓은 브랜드다. 경쟁사를 겨냥한 도발이었다. 한국 운영사 BKR은 댓글창 하나를 열어두지 못했다.
이 판단은 경영진의 몫이다. BKR을 이끄는 이동형 대표는 오비맥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고, 2016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버거킹을 인수할 때 영입된 재무 전문가다. 그가 대표를 맡은 뒤 영업이익률은 2022년 1.03%에서 지난해 4.80%로 올랐다. 광고선전비 비중은 3.15%에서 3.01%로 줄었다.
BKR의 지분 100%는 어피니티가 갖고 있다. 매각설이 나왔고 몸값은 최대 1조원으로 거론됐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투자안내서 배포 사실을 부인했다.
회사는 이번 결정을 매각과 연결해 설명한 적이 없다. 다만 이런 구조에서 모델은 자산이 아니라 변동성이다. 빌려 쓰다가, 불이 붙으면 반납한다. 이번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대표의 설명도 확인되지 않는다. 경영 판단이라면 보도자료 한 줄 뒤에 숨을 일이 아니다.
그 사이 배우는 얼굴을 두고 "북한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 4일엔 자택 인근에서 집회가 열렸다. 회사 입장 어디에도 배우를 향한 비방과 신변 위협에 대한 언급은 확인되지 않는다. 광고는 정리했고, 사람은 남겨뒀다.
광고를 지운 덕에 버거킹의 이름은 오히려 멀리 갔다. 종료 소식을 전한 매체는 수십 곳이 됐다. 광고비의 3%를 쓰는 회사가 광고를 내려 얻은 노출이다. 의도했다는 근거는 없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던 브랜드가, 정치에 발 빠르게 반응했다.
버거킹은 "무관하다"고 했다. 그 말이 힘을 얻으려면 닫아둔 댓글창부터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