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W 2026] 물건 나르던 로봇이 테니스까지…中 갈봇, 무서운 하드웨어 진화
CES서 바퀴형 로봇 선보였던 갈봇, 'ET1'으로 테니스 대결 공 궤적 따라 포핸드·백핸드 판단…中 로봇 약점 빠르게 보완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중국 로봇기업들의 하드웨어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중국 휴머노이드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다.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SLW) 2026' 메인홀 중앙에서는 중국 로봇기업 갈봇(Galbot)의 휴머노이드와 사람이 테니스 경기를 벌이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갈봇은 로봇의 움직임이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현장에서 대결 상대를 모집했다. 실제 테니스 경험이 있는 관람객들도 즉석에서 경기에 참여했다.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세 차례 가량의 일반인과 로봇 간 대결에서는 로봇이 2경기를 이겼다.
경기에 투입된 로봇은 갈봇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ET1'이다. ET1은 올해 들어 개발이 본격화돼 지난 8월 처음 외부에 공개된 모델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당시 갈봇이 보여준 로봇과 비교했을 때 나타난 짧은 기간의 변화다.
당시 갈봇은 바퀴 형태의 하부를 장착한 'G1'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에서는 매대에서 특정 상품을 집어 사람에게 전달하는 등 비교적 제한된 환경에서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그러나 불과 8개월여 만에 전시의 성격이 달라졌다. 바퀴로 이동하던 로봇에서 두 다리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로 하드웨어가 바뀐 데 이어, 상대방이 어디로 공을 보낼지 알 수 없는 테니스 경기까지 수행했다.
공을 이용한 스포츠는 최근 로봇기업들이 자율성과 실시간 제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활용하는 대표적인 시연 방식으로 꼽힌다.
그동안 중국 휴머노이드 업체들은 빠른 하드웨어 개발과 높은 수준의 관절 제어 기술을 보여주면서도, 상당수 퍼포먼스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동작이라는 한계를 지적받았다.
춤이나 격투기처럼 사람의 시선을 끄는 고난도 동작을 수행하더라도 동작 순서와 궤적을 미리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환경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평가다.
반면 테니스나 탁구처럼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는 상대방이 보내는 공의 속도와 방향, 높이, 궤적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로봇이 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인지와 판단, 모션 플래닝, 전신 제어가 짧은 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이에 글로벌 로봇기업들도 공을 활용한 스포츠를 기술력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로봇기업 SHARPA는 올해 CES에서 로봇이 사람과 탁구를 주고받는 모습을 선보였다. 다만 당시 로봇은 하부가 바퀴 형태여서 좌우로 넓게 이동하거나 두 다리를 활용해 자세를 바꾸는 등 전신 움직임에는 제약이 있었다.
갈봇 ET1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족보행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테니스에 도전했다. 상대방이 친 공의 위치에 따라 이동하고 상체와 팔을 움직이는 동시에 포핸드와 백핸드 등 적절한 타격 자세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만난 갈봇 관계자는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상대방이 어떻게 공을 보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 모든 동작을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로봇이 즉시 상황을 판단해 포핸드와 백핸드 등 여러 자세 가운데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시에서는 관람객과 안전하게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성능을 조절하고 있다"며 "설정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공을 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 능력'에서 실시간 제어와 자율행동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