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추격 나선 키옥시아·YMTC…증설 위한 자본조달 본격화
키옥시아 최소 100억달러·YMTC 49억달러 조달 추진 생산라인 전환·차세대 낸드 투자로 양강과 격차 좁히기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일본 키옥시아와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잇따라 대규모 자본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두 업체 모두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낸드 투자에 투입해 업계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옥시아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최소 100억달러(약 13조584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DR 상장은 2027년 4~6월께가 거론되고 있다.
키옥시아의 대규모 자본 조달 추진은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경우 낸드 증설과 차세대 제품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YMTC 역시 모회사인 창장춘추홀딩스를 통해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창장춘추홀딩스의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상장 신청이 수리됐으며,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가 거론되고 있다. 조달 목표액은 330억위안(약 49억달러), 한화로는 약 6조6571억원이다. 상장 규모로는 커촹반 출범 이후 최대 수준이다.
YMTC는 조달 자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전체 조달 목표액 가운데 208억위안(약 4조2074억원)은 기존 생산라인을 더 높은 세대의 3D 낸드로 전환하는 데 투입하고, 122억위안(약 2조4678억원)은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자본 조달을 생산라인 고도화와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특히 YMTC는 이미 낸드 시장에서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출하량 기준 YMTC는 출하량 기준 처음으로 3위권에 진입했다. 삼성전자가 25%,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가 22%를 기록했으며, YMTC와 키옥시아는 각각 14%로 뒤를 이었다.
AI 수요가 메모리 뿐만 아니라 낸드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이번 자본 조달은 3·4위 업체들이 선두권과 생산능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YMTC의 경우 상장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YMTC가 이미 출하량 기준 3위권에 진입한 가운데 생산라인까지 고세대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면, 추격의 무게중심이 점유율 확대에서 생산능력과 제품 경쟁력 강화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에서 후발 업체들이 자본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단순히 투자금을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 생산능력과 제품 세대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YMTC처럼 이미 출하량을 빠르게 늘린 업체가 생산라인 전환까지 본격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물량뿐 아니라 기술 세대 전환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키옥시아와 YMTC가 대규모 자본 조달을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편입한 손자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약 150억달러(약 20조3700억원) 규모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투자은행들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주 북부에 낸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주요 낸드 업체들의 상장 추진 선언이 잇따르자, 업계에서는 낸드 시장의 경쟁이 제품과 점유율뿐 아니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경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키옥시아와 YMTC가 증설과 고세대 낸드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을 활용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면서 업체 간 생산능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이미 업체별 기술력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어서 후발 업체들이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며 “결국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생산라인 전환과 차세대 낸드 개발에 투입하고, 실제 출하량 증가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