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600억원 위약벌' 1심 승소…한미약품그룹 분쟁 2막 분수령 되나

법원, 원고 측에 소송비용 부담 판결…송영숙 회장 등 창업주 주장 뒤집어 신 회장 측, "폴캐피탈코리아-킬링턴-라데팡스 연결 구조, 이해충돌" 주장

2026-10-01     조영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경영권 분쟁 2막으로 접어들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창업주 그룹인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및 FI 킬링턴유한회사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위약벌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신동국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송비용을 원고(창업주 측)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1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유한회사가 신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600억원의 위약벌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 4자 협약에 위반된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회장 측은 “처음부터 사실관계와 법리는 분명했다. 예상했던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6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1차 이사회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조건부 승인’ 결의가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고, 이후 2차 이사회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6대4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임주현 부회장 등 송영숙 회장 측 인사들도 참석해, 1차 이사회에서 조건부 결의에 모두 찬성했음에도 2차 이사회에서 사업참여가 부결되자,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유한회사 3자는 신 회장이 당초 사업 참여에 합의했는데 이사회에서 이를 뒤집었다며 신 회장에게 총 600억원의 위약벌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이 신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초 의결권 공동행사 등을 합의했던 4자연합(송영숙, 임주현, 킬링턴, 신동국)의 의결권 공동행사의 범주 안에 신사업 관련 이사회의 논의가 포함될 수 없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명확히 한 셈이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600억원 위약벌 소송이 제기된 배경과 의도를 함께 짚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한 사업이었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입장이다. 사업 투자를 주도한 폴캐피탈코리아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9.8%를 보유한 킬링턴유한회사의 핵심 출자자다. 아울러, 킬링턴의 업무집행자(GP)로서 운용 책임을 맡은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김남규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폴캐피탈코리아, 메리츠증권의 협력구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중심에 김 대표와 폴캐피탈코리아가 있으며, 메리츠증권은 이 과정에서 사업자문 및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각 관계자들의 이해가 한미약품그룹 전체의 이해와 충돌될 수 있다는 요지다.  

신 회장 측은 이처럼 사업 투자 이해관계와 주주·이사 지위가 맞물리는 구조가 이해상충 소지가 있을수록 사업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5년 6월 투자 건 논의 당시 투자안에 대한 세부적인 경제성 평가(Due Diligence) 등의 절차가 충분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이러한 절차적 하자 때문에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독립적인 경영판단으로 사업진행이 부결되었음에도, 이번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마치 신 회장을 사업 무산의 주된 책임자인 것처럼 인식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입장이다.

또한 무리한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을 견제하고 흠집 내기 위한 현 경영진의 의도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불참 결정 이후 ‘최대주주의 변심’, ‘합의 번복’, ‘유망 사업의 기회 손실’이라는 취지의 비난들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 회장 측은 이번 판결이 이사회의 독립적인 경영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정 주주나 투자자의 이해관계보다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고,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사안일수록 이사의 충실의무와 독립적 판단이 엄격히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 측은 “사업 투자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 측이 사업 무산 뒤 최대주주 개인에게 거액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적절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킬링턴이 라데팡스를 매개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 경영권 분쟁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