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상장시 '중복상장' 심사대…관건은 주주동의 여부
해외 상장도 이사회 5대 의무 적용…주주 영향평가·보호방안 마련해야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동의 의무 없어…저비중 여부·독립성 등 개별 심사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중복상장 규제가 실제 상장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된다.
해외 거래소 상장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솔리다임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수를 통해 편입된 자회사라는 점에서 물적분할 자회사와 동일한 주주동의 절차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솔리다임의 사업 규모와 기업가치, 모회사와의 독립성 등을 놓고 거래소의 개별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3일부터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으로 관리하는 상장·공시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고려해 모회사 이사회와 거래소의 주주보호 절차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규제 대상은 물적분할 자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장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 자회사 가운데 인수나 신설 등을 통해 편입된 회사도 요건을 충족하면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증시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해외 상장해도 SK하이닉스 이사회 5대 의무
솔리다임 상장이 실제 추진되면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또는 주주동의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 가운데 앞선 1~4호 절차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하며 사외이사 또는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방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해외 공모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의무 이행 내용과 주주보호 방안도 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거래소 역시 중복상장에 대한 별도 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는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함께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조치가 충분한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된다.
솔리다임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주동의가 의무인지 여부다. 물적분할로 설립한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반면 인수나 별도 신설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 없이도 거래소의 개별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편입한 회사다. SK하이닉스의 기존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물적분할 자회사에 적용되는 주주동의 의무가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다만 주주동의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상장이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거래소는 자금조달 필요성, 산업 특성, 모·자회사 관계가 형성된 경위와 기간, 자회사의 모회사 대비 비중 등을 종합해 개별 심사할 수 있다.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라면 주주동의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예외도 있다. 다만 세 지표가 모두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예상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중요 자회사로 판단되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인수 자회사의 해외 IPO…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아직
소액주주 측에서는 이 같은 예외 규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단체 액트는 중복상장 규정의 인수·신설 자회사 예외와 저비중 자회사 기준이 주주동의 절차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예상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중요 자회사 여부를 판단할 경우 기업이 평가 기준을 낮춰 주주동의를 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3%룰’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더라도 일반주주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낮으면 대주주 측 의결권과 우호 지분만으로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액트는 모든 중복상장에 일반주주 동의 절차를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저비중 자회사 등 예외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기존 주주 가치 희석을 초래할 수 있는 중복상장에 앞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솔리다임 사례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가이드라인이 인수 자회사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실제 주주동의 여부와 심사 기준을 개별 판단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솔리다임은 해외 사업을 인수해 편입한 회사인 만큼 물적분할 자회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이에 따라 상장이 추진되면 저비중 자회사 해당 여부와 예상 기업가치, 영업·경영 독립성, 모회사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 인수로 편입된 자회사가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에 새 가이드라인이 실제 적용된 선례는 없다.
금융위는 제도 시행 이후 실제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 이행과 거래소 심사 사례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솔리다임 상장이 현실화되면 해외 상장에도 중복상장 규제가 적용된다는 원칙 자체보다는 인수 자회사에 어떤 기준으로 주주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거래소가 어느 수준의 주주보호를 요구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