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인프라도 AI 시대 대비…10년 만의 차세대 전환 마무리
신용정보원, 2016년 구축 시스템 전면 개편…10월 5일 8시간 서비스 중단 은행권 AI 여신심사 확산 흐름과 맞물려…"향후 10년 주춧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기관들이 공유하는 신용정보 시스템이 10년 만에 차세대 체계로 전환된다. 은행권 전반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여신심사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신용정보 인프라도 새 옷을 갈아입는 셈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2016년 구축한 일반신용정보 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이날 밝혔다. 일반신용정보 시스템은 금융기관이 고객과의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대출·연체 등 신용정보를 모아 공유하는 핵심 금융 인프라로, 신용정보법에 따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이 운영한다. 이번 전환은 2021년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부터 시작된 차세대 사업의 마지막 단계다. 신용정보원은 앞서 지난 2월 18일 보험·기술신용정보 시스템을 먼저 개편했고, 이번 일반신용정보 시스템 전환으로 5년에 걸친 차세대 사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신용정보원은 2016년 1월 출범한 기관이다. 그전까지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협회와 보험개발원에 흩어져 관리되던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안전하게 집중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신용정보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이번에 교체되는 일반신용정보 시스템은 바로 이 출범 시점에 함께 구축된 것으로, 기관의 역사와 사실상 궤를 같이해온 시스템인 셈이다. 그사이 신용정보원의 역할은 단순한 정보 집중·공유를 넘어 크게 확장됐다. 마이데이터 산업 지원을 위한 가명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환경 제공, 기술신용정보 수집·분석,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금융 웹포털 운영과 신용회복위원회·금융결제원과 연계한 채무조정 편의 개선 사업까지 손을 뻗었다. 다양한 신용정보를 가공해 분석용 데이터와 AI 모델·서비스, 원격분석 시스템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온 것이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노후 장비 교체를 넘어 보안 체계와 확장성 강화에 맞춰져 있다. 신용정보원은 최신 기술 구조를 도입해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정보 유출 위험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신용정보원에는 전 금융업권의 신용정보가 모이는 만큼, 보안은 설립 당시부터 기관의 가장 중요한 소임으로 강조돼온 대목이기도 하다. 유수영 신용정보원장은 "이번 시스템 개편은 단순히 오래된 장비를 교체하는 의미를 넘어, 향후 10년 이상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탱하는 주춧돌을 세우는 작업"이라며 "AI 시대의 금융혁신을 뒷받침하는 핵심 금융 인프라 기관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환은 은행권의 여신심사 방식 변화와도 맞물린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AI를 활용한 심사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기업의 재무제표와 산업 동향, 업체 정보를 AI가 입체적으로 분석해 심사의견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법인 여신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를 구축해, 업황과 매입·매출 흐름, 담보 회수가치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심사역에게 제공하고 있다. 동일한 재무지표라도 산업별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업종별 맞춤 분석이 가능한 '특화분석 엔진'을 자체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재무제표 외에 특허권·연구개발 실적·고용정보 등 대안정보를 결합한 '생산적 금융 지원 전략모델' 개발에 착수했고, NH농협은행 역시 비재무 신용평가 체계인 '벤치마크모형'을 전면 개편해 매출·매입 거래정보와 대안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국책은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산업은행은 외부 공시자료를 정제해 기업별 재무 리스크와 검토 사항을 제시하는 '재무분석 AI 에이전트'를 자체 구축했고, 수출입은행도 대출 심사 절차를 단축하는 'AI 여신심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전환 작업에 따라 다음 달 5일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8시간 동안 일부 금융서비스는 멈춘다. 대출·리스·할부·신용카드·카드론 등 여신상품의 신규 신청과 갱신·연장이 막히고,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예금계좌 비대면 개설도 할 수 없다. 금융성·이행성 보증상품의 신규·갱신·연장과 본인신용정보 열람·확인서 출력도 중단된다. 다만 일반신용정보 처리와 무관한 계좌이체, ATM 출금 및 현금서비스, 신용·체크카드 결제 등은 평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신용정보원은 해당 시간대 대출이나 계좌개설 계획이 있는 소비자에게 미리 처리하거나 오전 8시 이후로 일정을 조율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작업 시점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다. 연휴 동안 미뤄진 대출·계좌개설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시기인 만큼, 각 금융사도 고객 안내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5년에 걸친 차세대 사업이 이번 전환으로 마무리되면서, 새로 구축된 인프라가 향후 금융권의 데이터 활용과 심사 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