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외화채 조달 다변화 속도...시장 변동성 대비 '카드' 늘렸다

5월 7억달러 선순위 글로벌채 발행...179개 기관서 약 49억달러 주문 6월 국내 은행권 첫 디지털채권 1억달러...HSBC 'Orion'·CMU 연계 이달 유로 커버드본드 6억5000만유로 발행...전년 대비 8.3% 확대 AAA 등급에 발행액 1.5배 주문...조달 자금은 친환경·사회적 대출에 활용 국민은행 "금리 인상기에 대비해 미리 물량 확보"...시장별 발행 경험 축적

2026-09-28     이준성 기자
[사진=KB국민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KB국민은행이 외화채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있다. 달러 선순위채로 규모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유로 커버드본드는 전년보다 발행액을 늘린 가운데 국내 은행권 최초로 디지털채권도 선보였다. 기존 시장에서 조달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발행 인프라를 실제 거래에 적용하며 외화자금시장 여건에 따라 활용 가능한 수단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은행은 올해 달러 선순위채와 유로 커버드본드 발행을 이어가는 한편 블록체인 기반 채권을 새로운 조달 방식으로 추가했다. 세 채권은 금리 구조와 담보 여부, 발행 인프라에서 각각 차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국민은행은 지난 5월 7억달러 규모의 선순위 글로벌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조건은 5년 만기 고정금리채 4억달러와 3년 만기 변동금리채 3억달러로 구성됐다. 고정금리채의 표면금리는 연 4.250%, 변동금리채는 담보부 익일물 금리(SOFR)를 일별 복리로 산출한 기준금리에 0.48%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이다. 

투자 수요도 발행액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당시 179개 기관이 참여해 발행 규모의 7배 수준인 약 49억달러를 주문했다. 발행액을 크게 상회하는 주문이 몰리면서 대규모 달러 조달을 뒷받침할 투자 수요 또한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외화채 조달 방식의 범위 역시 확장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HSBC를 단독 주관사로 두고 2년 만기 디지털채권 1억달러를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HSBC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Orion'을 통해 발행됐으며 홍콩 중앙예탁결제기구 CMU의 청산·결제 시스템과 연계됐다.

이는 국내 은행권에서 디지털채권을 발행한 첫 사례다. 기존 외화채에서 만기나 금리, 담보 구조 등을 달리해왔다면 이번에는 채권 발행 인프라 자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국민은행도 당시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자금 조달에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채권 발행은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보다 실제 외화자금 조달 과정에서 새로운 발행·결제 인프라를 경험하고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디지털채권 시장이 확대될 경우 국민은행이 이미 관련 발행 경험을 확보했다는 점은 조달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동안 기존 유로 커버드본드 시장에서는 발행 규모를 키웠다. 국민은행은 지난 21일 4년 만기 지속가능 커버드본드 6억5000만유로를 발행했다. 이는 전년(6억유로) 대비 8.3%(5000만유로) 증가한 규모다.

이번 채권에는 S&P와 Fitch가 모두 AAA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유로 커버드본드는 국민은행이 2020년부터 발행 이력을 쌓아온 조달 수단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하는 동시에 발행은행에도 상환 책임을 두는 이중상환청구 구조가 특징이다. 일반 무담보 선순위채보다 투자자 보호가 두터운 만큼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늘어난 발행액을 뒷받침할 투자 수요도 끌어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유로 커버드본드에는 발행 규모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기관투자자 주문이 들어왔다. 달러 선순위채에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한 데 이어 유로 담보부 시장에서도 전년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채권이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돼 조달 자금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유로 커버드본드의 발행조건에 따르면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에 상당하는 금액은 국민은행의 지속가능금융 관리체계에 부합하는 친환경·사회적 대출에 사용된다. 달리 말하면 단순히 유로화 자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의 쓰임을 친환경·사회 부문에 맞춰 외화조달과 ESG 금융을 연결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자금 조달에서는 평상시의 조달 여건뿐 아니라 특정 시장이 위축됐을 때 다른 경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여러 시장에서 실제 발행 이력을 쌓아두면 특정 조달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조달 공백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채권 발행은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금융 인프라 구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달 유로 커버드본드의 발행 규모를 전년보다 늘린 데에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비해 조달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