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안심 못한다...KB·신한·하나·우리證 CEO 연말 거취 촉각
이홍구 KB증권·이선훈 신한투자증권·강성묵 하나증권·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연말 임기 만료 KB 새 회장 체제 첫 계열사 인사·신한 내부통제 재검증…실적만으로 연임 장담 어려워 강성묵 장기 재임·그룹 내 역할 변화 가능성, 남기천은 1년 유임 뒤 ‘1조 증자’ 성과 증명해야 금감원도 자회사 CEO 승계절차 점검 강화…성과 넘어 리스크 관리·경영과제 이행 여부 평가대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호실적에도 연말 거취를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업계 전반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순이익 증가보다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취임 당시 부여받은 경영과제의 이행 여부가 인사의 주요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홍구 KB증권 대표와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네 회사 모두 올해 실적 흐름은 나쁘지 않지만 각 CEO가 처한 인사 환경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연말까지 그룹별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홍구 KB증권 대표에게 가장 큰 변수는 실적보다 그룹 수장 교체다. KB금융은 역대 최대 실적에도 양종희 회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하면서 인선 과정에서 ‘변화와 세대교체’에 무게를 뒀다. 이재근 내정자 역시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 연령보다는 역량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만큼, 연말 계열사 인사에서도 변화 폭이 커질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연임해 올해 3년차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KB금융에서 이 대표를 포함해 3년차 CEO가 다수 포진한 가운데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 이후 3년을 넘어 장기간 자리를 지킨 계열사 CEO가 없는 만큼, 이번 인사가 사실상 '3년차 CEO'의 재연임 기준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새 회장 취임 이후 첫 계열사 인사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KB증권 실적과 별개로 기존 각자대표 체제와 조직 구도 자체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내부통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대표는 2024년 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1300억원대 손실 사고 이후 조직 정상화와 내부통제 재정비를 사실상 첫 과제로 부여받고 대표직에 올랐다. 이후 발행어음 인가와 영업 정상화까지 이뤄냈지만 올해 JTBC 회사채 사태가 불거지면서 취임 당시 맡았던 과제가 다시 평가 대상이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JTBC 회사채 1430억원 규모의 발행을 대표주관했고, 이후 JTBC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기업실사와 투자위험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현장검사에 이어 피해자 단체가 이 대표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까지 요구하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별 IB 딜을 넘어 이 대표 체제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증인 채택은 아직 요구 단계지만, 사고 수습을 위해 등판한 CEO라는 점에서 부담의 무게는 다른 사안보다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이 이번 인선부터 자회사별 CEO 자격요건을 보다 구체화하고 세부 평가기준을 마련하기로 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감원이 최근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직후 신한금융이 12개 자회사의 승계절차를 시작한 만큼 이 대표 역시 실적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경영관리 능력을 보다 세밀하게 검증받을 가능성이 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다른 CEO들과 달리 '연임이냐 교체냐'만으로 거취를 단순화하기 어렵다. 강 대표는 하나증권 대표와 함께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룹 내 주요 경영진으로 자리 잡은 데다 이미 한 차례 이상 연임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강 대표가 함영주 회장 체제의 핵심 인사이자 향후 그룹 내 주요 보직 후보군으로도 꾸준히 거론돼 온 만큼 증권사 대표직을 유지할지, 그룹 내에서 다른 역할을 맡을지가 함께 인사 변수로 꼽힌다.
증권사 자체적으로는 강 대표가 취임 당시 내걸었던 'IB 편중 해소'가 아직 완전히 끝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이 부담이다. 취임 이후 WM을 키우고 발행어음까지 확보하면서 수익원을 넓혀왔지만 과거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에서 발생한 충당금·평가손실 부담은 여전히 하나증권의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크게 반등했음에도 ROE가 주요 경쟁사보다 낮고 IB 부문에서 충당금 부담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흑자 확대보다 체질 개선이 얼마나 마무리됐는지가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올해가 사실상 '증명의 해'에 가깝다. 남 대표는 지난해 말 임기 만료 이후 올해 초 다년 임기가 아닌 1년 유임을 받아 다시 연말 평가대에 오르게 됐는데, 우리금융이 당시 전략 연속성과 조직 안정을 이유로 대부분 계열사 CEO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는 점에서 올해 성과가 다음 임기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평가 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의 신규 자본을 투입했다. 증자 후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 수준까지 늘었지만 상반기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1.5%에 그쳤고, 자체 전산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로 판관비가 늘어난 데다 합병 전 종금 자산에 대한 대손비용도 증가했다. 이제 남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외형 확대 자체보다 지주가 투입한 자본을 IB와 WM 등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 비은행 이익 기여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당시 2030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약과 ROE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지주도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시간'과 1조원의 '실탄'을 동시에 받은 만큼 올해 말 인사에서는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보다 자본 투입 이후 실제 수익 창출 속도가 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증시 호황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이 개선된 만큼 단순한 이익 규모보다는 각사가 안고 있던 경영 과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사업구조 개선, 자본 활용 성과는 물론 각 금융지주의 인사 기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CEO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