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판매 줄자 '농사 로봇'으로…대동, AI·로봇 수직계열화 승부수
HW 판매 넘어 SW·솔루션 반복매출 겨냥 그룹 내 분산된 R&D·무인 실증은 과제로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 대동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농업인구 감소로 기존 농기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용 로봇과 무인 AI 솔루션으로 새로운 매출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AI 솔루션을 통해 반복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로봇 사업이 램프업 된 이후에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사업보다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은 현재 종합 로봇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부 계열사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범용 로봇 AI부터 농업 데이터, 로봇 하드웨어 설계와 양산까지 그룹 내부에 수직계열화된 로봇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다.
현재 대동그룹 계열사 중 로봇 관련 사업에 중점을 둔 기업은 대동에이아이랩, 대동에그테크, 대동로보틱스, 대동모빌리티 이렇게 네 곳이다.
대동에이아이랩이 자율주행·인지·판단 등 농업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 로봇 SW를 개발하고, 대동애그테크는 여기에 농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결합한다. 대동로보틱스는 로봇 HW를 설계하면서 AI랩과 애그테크가 개발한 SW를 실제 제품에 최적화해 적용한다. 이후 대동모빌리티가 최종적인 로봇 양산을 맡는다.
이 가운데 대동이 다른 로봇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지점이 애그테크다. 농업 자동화에 가장 큰 병목은 작물별 파종 시기부터 적정 온·습도, 생육 상태에 따른 작업 방식, 수확 시점 등 인간 농부의 경험과 노하우다. 에그테크는 이를 데이터화해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이를 위해 대동애그테크는 충남 태안에 약 7000평 규모의 스마트농장을 확보해 토마토를 직접 재배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힌 애그로이드(AGROID)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현재 1차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토마토 수확 등의 실제 농작업을 시험하고 있으며 2028년 전남에 구축되는 AI 온실에 투입해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한 뒤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업모델도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트랙터나 콤바인 등 농기계를 판매하면 이후 발생하는 매출은 소모품 판매 및 정비 서비스 제공에 국한됐다. 로봇 사업이 구축된 이후에는 자율작업 SW와 농업 데이터분석, 농업관제, 작물 생육관리 등의 서비스를 구독 형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테슬라의 FSD 구독과 비슷하다. 시장에서 대동의 별명이 '농슬라'로 붙은 배경이다.
대동은 중장기적으로 AI트랙터와 정밀농업, 스마트파밍을 하나의 농업 운영 플랫폼으로 연결해 2030년 매출 3조5900억원, 영업이익률 10.5%, 커넥티드 장비 17만3000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로봇 개발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계열사가 여러개로 쪼개져 있는 만큼 각 회사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각 계열사가 전문영역을 갖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율주행과 AI, 농업 데이터 등 일부 개발영역이 맞닿아 있어 R&D 중복 투자와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개발에 있어 사내부서와 현대오토에버, 42dot, 미국 모셔널에 분산된 역량을 하나로 통합하지 못했던 것이 주요 패착이 됐던 사례가 예시로 꼽힌다.
또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의 현장 실증 환경 역시 녹록치 않다. 대동은 올해 완전무인으로 앱을 통해 복수의 트랙터에 작업을 지시하는 기술을 공개했지만 국내에선 무인 주행이 허용되지 않아 현장 적용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도 아직 완전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풀리지 않은 상태라 농기계 역시 법적 제약에 묶여 있다"며 국내 실증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동은 로보틱스 사업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는 해외 판로 확대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대동 전체 판매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으로, 북미와 유럽이 주를 이룬다. 국내의 경우 농기계 판매량이 연간 1만5000대에서 최근 8000대 수준까지 떨어지며 내수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대동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농가 수는 약 95만 가구로 100만선마저 깨졌다.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농업 자동화는 필수적"이라며 "존디어 등 해외 프론티어 기업들의 기술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기술 자립이 중요하다 생각해 그룹 차원에서 제로베이스부터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