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7등급인데 왜 두 배 더 부실할까…자영업자 대출의 '숨은 격차'

법인 포함 전체 기업대출 7등급 연체율 3.20%, 자영업자만 떼면 6.58% 금통위 내부에서도 소수의견으로 제기된 자영업자 부실 경고

2026-09-22     박금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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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같은 신용등급으로 분류된 대출인데도, 자영업자 대출과 법인을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 사이의 실제 부실 위험이 두 배 넘게 벌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 문제는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내부 이견의 근거로 등장했을 만큼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등급별 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7등급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6.58%로 집계됐다. 그런데 같은 시점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의 7등급 연체율은 3.20%에 그쳤다. 자영업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법인을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 평균보다 부실 위험이 두 배 넘게 높다는 뜻이다.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체계 자체의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표준 10등급 체계에 따라 차주의 신용도를 분류하는데, 이 등급은 결국 재무제표·매출 규모·업력 등 정량적 지표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문제는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같은 7등급으로 분류되더라도, 실제 사업의 안정성과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은 통상 자본금이나 신용보강 수단, 대주주의 추가 자금 지원 여력을 갖춘 경우가 많은 반면, 자영업자는 개인 신용과 사업 실적이 그대로 연결돼 있어 경기 변동에 훨씬 취약하다. 은행권에서는 자영업자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때 대출을 받았더라도 연체가 누적되면 등급이 계속 떨어져 7~10등급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이런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자영업자 대출을 등급별로 뜯어보면, 3등급의 지난달 말 연체율은 0.05%로 2021년 말(0.07%)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5등급도 0.46%로 아직 1%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7등급을 넘어서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다. 7등급 연체율은 2021년 말 1.68%에서 지난달 말 6.58%로 4년 8개월 만에 3.9배 뛰었고, 9등급은 같은 기간 4.56%에서 23.58%로 5.2배 폭증했다. 최하위 10등급의 연체율은 44.64%에 달해, 이 등급 자영업자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사실상 원리금 상환을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다. 심지어 한 시중은행은 10등급 자영업자 연체율이 71.03%까지 치솟아, 5대 은행 평균을 크게 웃돌기도 했다. 다만 9~10등급은 전체 대출 규모와 차주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소수 차주의 연체나 등급 이동만으로도 수치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규모로 봐도 작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인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2.68%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대출 자체가 이미 10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인 만큼, 이 안에서 벌어지는 신용등급별 양극화는 개별 차주의 문제를 넘어 은행권 전체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우려는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5일 공개된 8월 27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기준금리를 3.00%로 올리는 결정에서 유일하게 동결 소수의견을 낸 황건일 금통위원은 시장금리가 이미 금리 인상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이미 취약해진 저신용 자영업자·중소기업 차주의 상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 지 한 달도 안 돼 이번 자영업자 연체율 통계가 공개되면서, 황 위원의 우려가 데이터로 뒷받침된 모양새가 됐다.

법인을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은 이 정도로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이지 않는다. 법인은 자영업자보다 상대적으로 매출 기반이 다각화돼 있거나, 계열사·모회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경우가 많아 동일한 신용등급이라도 실제 상환 능력의 하방 경직성이 더 크다는 게 은행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국 같은 '7등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실제 위험은 차주가 자영업자인지 법인인지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격차는 은행의 여신심사 체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지금의 표준 신용등급 체계가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동일한 잣대로 묶어 평가하다 보니, 정작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장 먼저 부실화되는 자영업자 차주군의 위험을 충분히 선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크게 오르면 은행 전체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영업 현장에서 다른 대출까지 연체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따져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결국 자영업자 차주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위험 관리 기준을 정교화하지 않으면, 신용등급이라는 숫자와 실제 부실 위험 사이의 괴리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자영업자는 개인의 신용도와 사업체의 상환 능력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경기나 매출 변동에 따른 충격이 법인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저신용 구간에서는 등급 자체만으로 차주의 실제 상환 여력을 판단하기보다 매출 흐름과 현금흐름, 부채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처럼 자영업자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신용등급별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차주 특성에 맞춰 여신 관리 기준을 정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