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의심거래 312배 늘었는데…FIU 분석 인력은 43명뿐
4년 새 199건→6만2055건…의심거래 1건 분석에 평균 5개월 미신고 사업자·개인지갑·해외거래소 등 규제 사각지대 여전 FIU, 2027년까지 인력 확충·AI 분석 및 가상자산 추적 시스템 도입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의심거래가 4년 만에 300배 넘게 폭증했지만 이를 심사·분석하는 인력은 4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마약·불법도박 자금이 가상자산을 거쳐 세탁되는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가운데 분석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심거래 1건을 분석해 법집행기관에 넘기기까지 평균 5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응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6일 '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확산금융방지 전략 및 정책 운영방향'에서 가상자산 관련 STR은 2021년 199건에서 2025년 6만2055건으로 4년 만에 311.8배 늘었다고 밝혔다.
STR 폭증에도 심사인력 43명 그대로…분석 1건에 5개월
STR이 급증하는 가운데 심사 및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FIU 인력은 43명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의심거래 1건을 분석해 검찰·경찰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하기까지 평균 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마약·불법도박 등으로 조성한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전환한 뒤 여러 지갑에 분산하거나 스테이블코인 장외거래를 거쳐 현금화하는 수법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FIU의 설명이다. 최근 5년간 적발된 환치기 규모는 11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가상자산과 결합된 형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신고 사업자·개인지갑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이동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현행 체계에는 관리 권한과 규제 범위 양쪽에서 공백이 남아 있다. FIU는 현재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를 직접 조사할 권한이 없어 관계기관 협조나 수사 의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FIU에 직접 조사권을 부여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처리 시점은 불투명하다.
개인지갑과 해외거래소, 디파이(DeFi) 역시 현행 가상자산사업자 중심 규제로는 관리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정부는 거래 위험도에 따른 트래블룰 차등 적용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고객확인(KYC)·의심거래보고(STR)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이스피싱·주가조작 등 일부 범죄에만 적용되던 거래정지 제도도 범죄의심 자금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테러·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조달 중심이던 금융제재 범위를 국제범죄조직까지 넓히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타지키스탄과 정보교환 MOU…AI 분석시스템 2027년 도입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자산 자금세탁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도 속도를 내고 있다. FIU는 지난 17일 타지키스탄 국립은행 산하 금융모니터링국(FMD)과 의심거래정보 등 금융정보 교환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국외 자금 이동을 확인해 초국경 자금세탁 대응 기반을 넓힌다는 취지다.
FIU는 2027년 상반기까지 심사분석 인력을 확충하고 AI 기반 심사분석 시스템과 가상자산 추적·분석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의심거래를 효율적으로 선별해 분석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미신고 사업자에 대한 관리 권한 확대, 개인지갑·해외거래소 등 규제 사각지대 보완,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늘리고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범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얼마나 빨리 선별하고 동결·수사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가상자산 거래 특성상 분석이 늦어질수록 자금이 여러 지갑과 해외 사업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분석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