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소에서도 개인업무는 그대로"…점포 폐쇄 절차 강화 반년, 은행권의 '점포 셈법'
점포 5505곳 유지 뒤 지점 65곳↓ 출장소 67곳↑…폐쇄 대신 전환 국민 "기업여신은 거점점포 연계"…신한 "출장소도 개인업무는 지점 수준" 농협 "비수도권 점포 유지…수익보다 주거래은행 신인도"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한 지 반년, 은행권의 대응이 '폐쇄'에서 '출장소 전환'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체 점포 수는 지켰지만 기업금융까지 다루는 지점은 줄고 소규모 출장소가 그 자리를 채우는 구조다.
은행들은 지점과 출장소의 역할을 나누는 것으로 접근성 우려에 답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출장소에서 처리가 어려운 기업여신 등 일부 업무는 인근 거점점포와 연계해 상담과 업무 처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고,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점은 자산관리(WM), 기업금융, 외환 등 전문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출장소는 기업금융을 제외한 개인업무에 대해 지점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점포가 많은 농협은행은 반대로 "비수도권 점포는 유지하는 방향을 기본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유지'를 택했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16개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점포 수는 5505곳으로 지난해 말(5503곳)보다 2곳 늘었다. 2020년 이후 5년간 904곳(14.1%)이 사라졌던 감소세가 멈춘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점은 4547곳에서 4482곳으로 65곳 줄었고, 출장소는 956곳에서 1023곳으로 67곳 늘었다. 각 사 경영보고서 기준으로 기간을 3년으로 넓혀도 4대 시중은행 지점은 10.5%(258곳) 줄고 출장소는 39.5%(142곳) 늘어 같은 그림이다.
변곡점은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위원회의 점포폐쇄 대응방안이다. 점포를 닫으려면 사전영향평가와 지역 의견청취, 3개월 전 고객 통지, 대체수단 마련을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절차를 적용하지 않던 반경 1㎞ 이내 통폐합에도 이 절차가 의무화됐다. 평가항목은 4개에서 8개로 늘었고,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닫으면 지자체 금고 선정에 쓰이는 지역재투자평가 감점도 확대됐다.
반면 지점을 출장소로 바꾸는 데는 이런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출장소는 평균 운영 인력이 약 4명으로 지점(13명)의 3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운영비도 약 10억원으로 지점의 30% 정도다.
반년 새 지점 36곳→출장소 35곳…국민은행 "대체 영업점 부족한 지역은 면밀히 살펴 결정"
출장소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민은행이다. 반년 새 지점을 36곳 줄이는 동안 출장소를 35곳 늘렸다. 지난해 1월에도 강원 태백·삼척·홍천·인제 등 전국 85개 지점을 한꺼번에 출장소로 전환한 바 있다. 출장소는 수신과 개인 여신만 맡고 기업여신은 취급하지 않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점포 운영 효율성과 지역별 금융 수요, 인근 영업점과의 거리, 고객 이용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장소 전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인근에 대체 영업점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은 고객 불편과 지역 내 금융 접근성을 보다 면밀히 살펴 채널 운영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점점포 연계 외에도 필요에 따라 담당 직원이 직접 상담하는 등 고객의 금융 수요에 맞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역별 고객 수요와 금융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업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가계여신 본부집중화로 출장소도 고객에 집중"…나라사랑카드 발급소 효과도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지점을 10곳 줄이고 출장소를 27곳 늘렸다. 경영보고서 기준 신한은행 출장소는 2023년 상반기 113곳에서 올해 상반기 140곳으로 3년간 27곳 늘었는데, 금감원 통계 기준 올해 상반기 증가분 역시 27곳이다. 3년치 증가가 사실상 올해 상반기에 집중된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확대와 지역별 고객 수요 변화를 반영해 금융접근성을 유지하면서 대면 채널의 전문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혁신점포를 운영하고 가계여신 본부집중화 등을 통해 지점과 출장소가 고객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니어, 외국인 등 고객별 수요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국을 찾아가는 이동점포, 금융소외계층 대상 디지털금융교육 공간 '학이재', 외국인 특화점포 등을 함께 운영해 채널 효율성과 다양한 고객의 금융접근성을 같이 높여가겠다"고 했다.
출장소 증가 통계에는 특수요인도 섞여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출장소가 많이 늘어난 데는 올해 나라사랑카드 발급소 설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군 장병 전용 체크카드인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는 올해 1월부터 2기(2016~2025년) 국민·기업은행에서 3기(2026~2033년) 신한·하나·기업은행으로 바뀌었고, 새 사업자들은 훈련소·군부대에 발급 창구를 냈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9일 해군교육사령부 영업점을 기관협약 종료를 이유로 진해지점에 통합했다. 국민은행이 3년에 걸쳐 출장소를 꾸준히 늘려온 것과 달리 신한은행의 증가가 올해 상반기에 몰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농협은행 "공공 금융 전문기관으로서 지역 기여…점포 유지할 계획"
농협은행은 전환보다 유지에 무게를 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비수도권 점포는 단순한 금융 수익을 넘어 지역 내 핵심 주거래은행이라는 대외 신인도를 확보하고 지역사회 공헌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며 "지역사회에서 공공 금융 전문기관으로서 기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점포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별 대응이 갈리는 가운데, 지점의 출장소 전환은 현행 대응방안의 사전영향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점포 수 유지' 뒤에 가려진 기능 축소를 당국이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점포 수보다 점포의 기능과 인력이 실제 접근성을 좌우한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