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1.25%로 인상...1995년 이후 '최고'에도 엔화 약세

석 달 만에 0.25%p 추가 인상...정책위원 9명 중 7명 찬성 임금·가격 전가 지속...물가 2% 웃돌 가능성 경계 유가·엔저·AI 수요 확대도 인플레이션 압력 키워 예고된 결정·반대 2표에 엔·달러 환율 156엔 후반

2026-09-18     이준성 기자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지난 6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다만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미리 반영된 데다 정책위원 2명이 반대한 영향으로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00% 정도에서 1.25% 정도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75% 정도에서 1.00% 정도로 올린 바 있다. 금리 조정 간격이 한층 좁아진 셈이다.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대체로 반년 간격으로 금리를 인상해왔지만 이번에는 3개월 만에 다음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에는 정책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찬성했다. 아사다 도이치로 심의위원과 사토 아야노 심의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아사다 위원은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에 못 미치고 경제 상황도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사토 위원 역시 경제와 물가 흐름이 뚜렷하게 가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시점의 금리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자리한다. 임금 인상분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2% 물가안정목표를 넘어 상방으로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지난달 신선식품 제외 CPI는 전년 동월보다 1.7% 올라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반면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모두 제외한 지수는 1.9% 상승했다.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이 물가 상승률을 낮춘 점을 고려하면 기조적인 물가 압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중동 정세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외환시장에서의 엔화 약세를 주요 점검 요인으로 제시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가운데 AI 관련 수요 증가로 일본 기업 간 거래에서는 소재와 기계류 가격도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일본은행의 판단을 재촉한 대외 요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인상했다. 미·일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원유와 식료품 등 수입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앞서 미·일 양국은 지난 7월 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자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이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 저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적극적인 시장·금융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일본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반등하지 못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결정 발표 직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엔 후반까지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올랐는데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되레 하락한 것이다.

외환시장이 0.25%p 인상을 이미 가격에 반영한 데다 반대표가 2표 나온 점이 추가 긴축 기대를 일부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의 인상 속도가 연준에 미치지 못하면 미·일 금리 차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계속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한편 로이터가 이달 실시한 전문가 조사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년 2분기까지 기준금리를 1.75%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기와 임금, 물가 흐름을 살피며 단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향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 흐름과 국제유가, 엔화 움직임 등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