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거점 늘리는 운용사들...국민연금 959조 위탁시장 경쟁 본격화

퍼시픽·NH아문디·마이다스에셋 이어 트러스톤까지 전북혁신도시 입성 국민연금 금융부문 위탁운용 959.5조원…주식·채권 평가에 ‘전주 거점’ 별도 1점 기관마케팅 중심부터 리서치·운용역 배치까지 회사별 기능 편차...‘실질 금융집적’은 과제

2026-09-18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전주행’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자리 잡은 전북혁신도시에 잇따라 사무소를 열면서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 소재지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별도 가점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접근성 확보를 넘어 위탁자산 수주 경쟁 차원에서도 전주 거점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IBK자산운용 등이 전주사무소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퍼시픽자산운용, 이달에는 NH-Amundi자산운용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까지 잇따라 전주에 거점을 구축했다. 

최근 문을 연 운용사들의 역할은 국민연금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퍼시픽자산운용은 국민연금 연계 업무와 자산운용 실무를 맡기고, NH-Amundi자산운용도 NH농협금융의 ‘NH금융허브’ 출범과 함께 전주 거점을 마련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전북혁신도시에 사무소를 열었다. 트러스톤은 개소에 앞서 전주사무소 리서치본부와 경영지원 인력을 별도로 모집하고 지역인재 채용과 서울 본사 인력의 순환근무 체계를 마련했다.

운용사들의 전주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평가체계 변화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과 국내채권 위탁운용사 선정기준에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거점’ 항목을 신설하고 전주에 업무 거점을 둔 운용사에 1점의 가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점수는 1점이지만 운용사가 상대하는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올해 5월 말 기준 금융부문 위탁운용 자산은 959조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문 자산의 51.9%에 달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주에 소규모 거점을 두는 비용보다 국민연금 위탁자산을 신규로 확보하거나 기존 물량을 유지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는 구조다.

가점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채권에 이어 국내 인프라투자와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전주 거점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주 거점 경쟁도 전통자산 운용사에서 대체투자 운용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순 가점 외에 실무적 이점도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는 정기적인 운용보고와 실사, 기관마케팅, 투자전략 협의 등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기금운용본부 인근에 전담 거점을 두면 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부담을 줄이고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전주사무소가 실제 운용기능 이전으로 이어지는지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일부 운용사는 기관마케팅과 본사 지원 업무를 중심으로 전주 거점을 운영하는 반면 한화자산운용은 주식·채권 운용역 배치를 추진했고, 트러스톤도 리서치 인력을 현지에서 별도로 채용했다.

전북도는 운용사 집적과 전북국제금융센터 건립을 연계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트러스톤과 KB증권 등이 참여한 오라이언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전북국제금융센터 등 금융타운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참여 기관별 금융·개발 전문성과 역량을 투입해 전북 금융산업의 상징이 될 금융타운을 성공적으로 완공하고 지역 금융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무소 숫자가 늘어나는 것과 실질적인 금융 기능 이전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핵심 펀드매니저와 투자 의사결정 조직은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만큼 전주가 실질적인 금융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관 대응 기능을 넘어 리서치·운용인력과 투자 의사결정 기능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서는 점수 차가 크지 않은 경우가 있어 1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전주사무소가 단순 연락 거점을 넘어 실제 운용과 리서치 기능으로 확대될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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