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대만 노조, '영업익 15%' 성과급 요구…파업시 메모리 공급 변수
파업 현실화 시 D램·HBM 생산 차질 우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영향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마이크론의 대만 사업장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로 D램과 HBM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 양대 노조인 타오위안시 산업총노조와 전자업 산업노조는 회사 측에 글로벌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보너스로 배분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 마이크론 본사가 발표한 대만 직원 보상안이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의 4~5%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대 68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상 규모가 제시됐지만, 월급과 상여금 등을 합산한 수치인 만큼 실제 성과에 따른 보상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대만 현지 직원들에게 100만 대만달러(약 4250만원)의 현금 보너스와 별도의 주식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금과 주식 보상을 합산할 경우 2026회계연도 기준 대만 현지 신입급 엔지니어의 평균 보상액은 340만 대만달러(약 1억4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일회성 현금 보너스 대신 회사 전체 이익과 연동되는 투명한 성과 배분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웨이위링 대만마이크론 노조 비서장은 “본사의 보상안이 영업이익의 4~5% 수준”이라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 안팎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린저루이 대만마이크론테크놀러지 웨이퍼기업 노조 이사장은 “본사가 68개월이라는 수치를 앞세워 직원들이 큰 보상을 받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오는 18일과 21일 예정된 노사 조정 회의에서 회사 측이 구체적인 이익 배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파업 찬반투표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갈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이크론 대만 사업장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대만에서 약 1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D램과 HBM 생산 및 첨단 공정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 시장은 AI 서버 수요 확대와 맞물려 공급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 마이크론 23.3%로 3개 업체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D램 공급량이 줄면서 시장의 수급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장 줄어드는 물량을 다른 메모리 업체가 바로 메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서버용 D램은 고객사별 공급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는 데다, HBM은 제품 공급 전 별도의 인증과 검증 과정이 필요해 생산 차질이 곧바로 경쟁사 물량 확대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운용하고 있어 마이크론에서 빠진 물량을 단기간에 추가로 배정할 수 있는 여유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파업이 실제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경우 특정 업체의 공급 부족보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반의 재고와 가격에 먼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돼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메모리 조달을 위해 기존 공급망을 재점검하거나 신규 계약에서 공급사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협상이 조기에 타결돼 생산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면 시장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도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며 “마이크론의 경우 대만 생산거점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향후 협상 결과와 실제 생산 차질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