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변화 택한 KB금융…이사회 독립성 시험대

양종희 연임 가능성에도 이재근 선택…독립적 승계 절차 검증 과제로 윤종규 전 회장 인연에 ‘그림자’ 해석…직접 영향력 확인은 안 돼 7명 중 5명 찬성 구조…후보별 평가·표결 공개는 과제

2026-09-17     박지안 기자
[사진=KB금융지주]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직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성과보다 변화와 세대교체를 택한 이번 결정으로 사외이사 중심 승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회추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 재임기에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다, 윤 전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번 인선을 둘러싼 ‘윤종규 그림자’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윤 전 회장이 이번 회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회추위,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KB금융 회추위는 조화준 위원장을 비롯해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사외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KB금융 내부규범상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대표이사 회장과 사내이사·비상임이사는 후보 추천과 평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최종 후보 선정에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원이 7명인 만큼 최소 5명의 동의가 있어야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구조다. 회추위는 지난 11일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으며,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 후보 선임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회추위 표결의 세부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추위는 최종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논의를 진행했다.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각각 2시간가량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회추위에 참여한 한 사외이사는 특정 후보를 미리 정해놓고 위원 간 교감하는 과정은 없었다며 각자 후보를 검토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의 사전 논의나 외부 영향 없이 개별 판단이 최종 결과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최대 실적에도 변화 선택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489억원(13.1%) 증가한 규모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의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회추위는 현재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지난 14일 첫 출근길에 자신의 선정을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는 “KB금융이 호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된 것은 금융그룹 1등에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 체제의 성과를 부정하기보다 실적이 좋을 때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리더십 교체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종규 전 회장과의 과거 인연도 해석 변수

이번 인선을 두고 윤종규 전 회장과 일부 회추위원, 최종 후보인 이재근 후보의 과거 인연도 거론되고 있다.

회추위원 7명 가운데 조화준 위원장과 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 등 3명은 윤 전 회장 재임기에 KB금융 이사회에 합류했다. 최 이사는 2022년 3월, 조 위원장과 김 이사는 2023년 3월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다.

이들은 윤 전 회장이 2023년 11월 물러나기 전까지 윤 전 회장 체제에서 이사회 활동을 함께했다. 조 위원장과 윤 전 회장의 과거 인연도 있다. 윤 전 회장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KT 사외이사로 재직할 당시 조 위원장은 KTF에서 CFO를 맡았다. 조 위원장은 2023년 KB금융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이재근 후보 역시 윤 전 회장 재임 당시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 후보는 2015년 KB금융 재무기획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17년 그룹 CFO로 승진했고, 2022년 KB국민은행장에 선임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전 회장 재임 당시 이사회에 합류한 사외이사들이 회추위에 포함돼 있고 최종 후보 역시 당시 주요 보직을 거쳤다는 점에서 과거 인연이 이번 인선을 해석하는 배경으로 거론될 수 있다”며 “윤 전 회장이 장기간 KB금융을 이끌었던 만큼 당시 형성된 조직문화와 이사회 구성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윤 전 회장의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회장이나 경영진은 참여하지 않는다. 또한 회추위원 7명 가운데 이명활·차은영·김선엽·서정호 등 4명은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이사회에 새로 합류했다.

이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 4명이 회추위에 포함된 만큼 기존 이사회 구성만으로 이번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후보별 세부 평가와 회추위원별 판단, 최종 표결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과거 인연이 실제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인선을 둘러싼 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KB금융 인선 결과가 은행연합회장 선출에 미칠 영향 주목

은행연합회는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30일 만료됨에 따라 다음 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윤 전 회장과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윤종규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시점에 KB금융이 윤 전 회장 재임 당시 주요 보직을 거친 이재근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두 사안을 함께 보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은행연합회장 선임과 KB금융 회장 인선 사이에 직접적인 연계가 확인된 것은 없는 만큼 두 사안을 연결해 단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독립성 입증은 과제

KB금융의 이번 회장 인선을 두고 이사회 독립성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한 차례의 인선 결과만으로 독립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이번 인선은 현직 회장의 연임을 자동적으로 추인하지 않고 사외이사들이 대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경영진과 거리를 두고 판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회추위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고 최소 5명의 찬성을 요구하는 등 현직 경영진이나 특정 주주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반면 이번 인선 결과만으로 이사회 독립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추위가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넘어 후보 추천과 평가 과정에서 독립적인 판단이 이뤄졌는지, 후보별 평가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제도는 대부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운용”이라며 "제도보다 실제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추위의 구성과 의결 요건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더라도 실제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향후에는 후보 평가 기준과 승계 절차의 공개 수준,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 등이 이사회 독립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회추위가 후보 추천과 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