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트럼프 "빨리 낮춰라" 날선 비판
3년 2개월 만의 인상...FOMC 위원 12명 전원 찬성 연말 금리 중간값 4.1%...18명 중 16명 추가 인상 경로 제시 트럼프 "세계 최고 신용국"...백악관도 인상 근거 비판 한미 금리차 1.00%p로 확대...환율·자금 이동에 한은 부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높은 물가에 대응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정 직후 금리를 1% 이하로 낮춰야 한다며 연준을 정면 비판한 가운데, 이번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p 인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는 표결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이 모두 찬성했다. 앞서 지난 7월 회의에서는 위원 3명이 0.25%p 인상을 주장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더 빠르게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견조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국내 지출이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도 탄탄하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아울러 연준은 고용 증가세는 노동력 증가 속도와 보조를 맞추고 있고 실업률도 큰 변동이 없다고 진단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물가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로 오랫동안 이어졌으며 올여름 지표에서도 기조적인 흐름의 뚜렷한 개선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경제전망요약(SEP)에 나타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4.1%였다. 지난 6월 제시된 3.8%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전망을 제출한 18명 가운데 현 수준인 3.75~4.00%를 유지하는 경로를 제시한 참석자는 2명뿐이었다. 12명은 4.00~4.25%, 4명은 4.25~4.50%를 제시했다. 18명 중 16명이 연내 적어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는 경로를 제시한 셈이다.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7%로 높였다. 근원 PCE 물가상승률 전망도 3.3%에서 3.4%로 상향했다. 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2.2%에서 2.3%로 높이고 실업률 전망은 4.3%에서 4.1%로 낮췄다. 물가 압력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는 반면 성장과 고용은 기존 전망보다 양호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연준의 이 같은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금리는 1% 또는 그 이하여야 한다"며 "미국의 신용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신규 투자도 활발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나라들과 교역을 중단하면 연간 최소 1조5000억달러를 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자'는 '손실'을 그럴듯하게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사실상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떠받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를 낮춰라. 그것도 빨리"라고 촉구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설득력 있는 경제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높은 금리로 억제해야 할 정도의 과도한 총수요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백악관의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워시 의장이 취임한 뒤에도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워시 의장 체제의 첫 금리 조정이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결정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백악관과 연준의 시각차가 한층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한편,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연 3.00%인 한국과 연 3.75~4.00%인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기존 0.75%p에서 1.00%p로 확대됐다. 금리차 확대는 달러 자산의 매력을 높여 원화 가치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환율과 자금 이동을 통화정책 결정에 한층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다만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기존 인상의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국내 경기와 취약차주의 부담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시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