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 없앤 자소서, 나머지 은행들은?…KB·하나·우리·농협에 물어보니

- 신한, 하반기 신입 130여명 채용서 자소서 폐지…영상인터뷰·AI 협업면접 도입 - Z세대 구직자 53% "자소서, AI 탓에 변별력 잃어" - KB국민·하나·우리·농협은 유지…"면접 기초자료" - 하나 "자소서만으로 판단 안 해" 우리 "전형 지속 점검" 농협 "폐지 검토 없어"

2026-09-16     최정윤 기자
5대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쓴 자기소개서가 일상이 된 가운데 은행권 채용 전형이 갈림길에 섰다. 신한은행이 5대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신입행원 채용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앤 반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자소서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소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은행마다 달라, 신한의 이번 실험이 은행권 채용 전형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신한, 자소서 대신 영상인터뷰…"실제 경험과 행동 직접 확인"

1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지난 9일 공고한 2026년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130여 명)에서 기존 4개 자기소개서 문항을 전면 폐지하고 영상인터뷰를 도입했다. 상반기까지 서류전형→SLT 필기→온라인 역량검사→1·2차 면접으로 이어지던 전형이 영상인터뷰와 통합 면접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접수는 17일 오후 2시 마감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의 경험과 생각을 서면으로 확인한 뒤 1·2차 면접을 통해 역량을 단계적으로 평가했다면, 이번에는 자기소개서 작성 부담을 줄이고 영상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의 실제 경험과 행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전형을 개편했다"며 "지원자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답변하도록 해 역량을 보다 자연스럽게 파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면접은 기존 1·2차를 통합해 심층면접·그룹면접·AI 협업면접으로 진행된다. AI 협업면접은 명칭과 달리 AI 활용 능력 자체를 시험하는 전형은 아니라는 게 은행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업무에서 AI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며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자신의 판단을 반영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AI 자소서 확산에 채용 문은 좁아져

신한의 실험은 자소서가 더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채용 시장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취업 플랫폼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685명을 조사한 결과 53%는 AI 때문에 변별력을 잃은 채용 전형으로 자기소개서를 꼽았다. 캐치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Z세대 구직자 91%가 AI를 활용해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뽑는 인원이 줄어든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신입 채용 인원은 485명으로 전년(595명) 대비 18.5%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130여 명) 역시 상반기(150명)보다 작다. 지원자는 그대로인데 문은 좁아지면서 더 정밀한 선별 도구가 필요해진 셈이다.

하나 "자소서만으로 판단 안 해"…우리 "전형 지속 점검·개선"

나머지 4개 은행은 모두 자소서를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자소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은행마다 결이 달랐다.

하나은행은 AI 자소서 확산을 가장 직접적으로 인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자기소개서 작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자기소개서만으로 지원자를 판단하기보다는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실제 경험과 역량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최종적인 평가는 사전에 수립된 평가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전형을 계속 손보겠다면서도 자소서 폐지에는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성형 AI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채용 환경의 변화도 인지하고 있다"며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AI역량검사, 필기전형, 면접 등 다양한 전형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과 직무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채용 전형 전반을 지속적으로 점검·개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자기소개서 전형의 축소·폐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농협 "자소서 중심 평가…폐지 검토 없어"

농협은행은 자소서를 공정 채용의 도구로 봤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지역과 관계없이 직무역량을 평가하고자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다"며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은 면접전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현재까지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용 과정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평가위원(사람)의 평가 내용을 토대로 채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자소서를 서류전형부터 면접전형까지 지원자의 경험과 역량, 지원 동기를 살펴보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 실험이 가늠자…"결국 면접서 입증해야"

결국 5대 은행 가운데 자소서를 없앤 곳은 신한은행뿐이지만, 나머지 은행들도 자소서를 '면접에서 검증할 출발점'으로 다루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자소서를 쓰든 안 쓰든 결국 면접에서 실제 경험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의 이번 채용 결과에 따라 "전형을 지속 점검·개선하겠다"고 밝힌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