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다시 판다…‘몸집 줄였는데’ 누가 품을까?
67개 핵심점포 중심으로 매각 재시동…마트 사업 청산가치 2.1조원 37개 점포 폐점으로 고정비 낮췄지만 임금체불 등 유동성 부담 여전 “전국 점포망 매력” vs “추가 구조조정 필요”…인수자 셈법 복잡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홈플러스가 다시 매각 테이블에 오른다. 회생계획안이 법원 인가를 받은 지 2주 만이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번주 국내외 잠재 인수자들에게 티저레터를 보낼 예정이다.
이번 매각의 관건은 단순히 ‘홈플러스라는 대형마트를 누가 사느냐’가 아니다. 이미 104개 점포에서 67개 핵심점포로 몸집을 줄인 홈플러스가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유동성 문제까지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어느 정도의 투자와 구조조정을 감수할지가 핵심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매물 규모는 상당하다. 올해 2월 말 기준 삼일회계법인이 산정한 67개 점포 마트사업의 청산가치는 약 2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폐점 점포 가운데 회사가 보유한 19개 부동산은 회생계획에 따라 별도로 매각된다. 홈플러스는 해당 부동산 매각을 통해 1조4192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2조원짜리 매물’이라는 단순한 계산만으로 인수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수익성이 낮은 37개 점포를 폐점하면서 사업 규모를 크게 줄였다. 회사 측은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회생계획을 짰다. 실제 기존 126개 대형마트에서 67개 핵심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점이 양면적이다. 부실 점포를 정리한 만큼 과거보다 가벼워진 사업구조를 인수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점포 수가 줄면서 대형마트의 장점인 규모의 경제와 납품업체에 대한 협상력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현재의 현금흐름도 부담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홈플러스에서 발생한 누적 임금체불액은 3871억원이다. 이 가운데 3207억원은 지급됐지만 지난달 말 기준 664억원은 아직 미청산 상태였다. 특히 올해 7월과 8월에도 각각 263억원, 250억원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매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에 팔리느냐’만이 아니다. 인수 이후에도 상품 매입과 인건비, 물류비 등 영업에 필요한 현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1206억원에 매각하며 사업을 재편했다. 남은 대형마트 사업 역시 핵심점포 중심으로 압축한 만큼, 이번 매각은 과거 홈플러스 전체를 인수하는 거래와는 성격이 달라졌다.
반대로 인수자에게는 전국 단위의 점포망과 물류·온라인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에 대형마트 사업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홈플러스 인수를 통해 단숨에 대형 유통업계 주요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거론된다.
즉, 이번 매각은 ‘홈플러스가 얼마짜리인가’보다 ‘누가 사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한 거래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 차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을 거친 만큼 인수자가 추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지, 온라인·PB·식품 등 핵심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지에 따라 인수 후 그림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회생절차 신청 이후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고, 이번에는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다시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법원은 지난 2일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결국 홈플러스의 재매각은 단순한 기업 인수전이라기보다 대형마트 사업의 규모를 어디까지 유지하고, 어느 수준까지 비용을 줄여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 매각은 국내외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관심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로 다시 진입했다”며 “향후 인수 후보들이 홈플러스의 사업 경쟁력과 정상화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