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인터넷은행 최초 잔금대출 이달 출시… 비대면으로 승부수
100% 비대면 방식으로 시중은행과 차별화, 신용대출 의존도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포석 디에이치방배 등 20개 단지 거론되지만 취급 단지·금리는 확정 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카카오뱅크가 이달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아파트 잔금대출 시장에 진출한다. 시중은행들이 대면 영업으로 주도해온 이 시장에, 100% 비대면 방식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번 달 중 잔금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잔금대출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 입주 시점에 기존 이주비·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거나, 계약자가 남은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는 대출이다. 그동안은 단지별 영업과 대규모 대출 실행에 필요한 인력·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대면 위주로 상품을 취급하며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영업점 방문이나 복잡한 종이서류 제출 없이, 앱 안에서 한도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완결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며 쌓아온 비대면 심사·실행 노하우를 잔금대출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카카오뱅크의 첫 영업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카카오뱅크 측은 아직 상품 출시 전이라 취급 단지와 금리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개 안팎의 입주 단지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상품 출시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디에이치방배는 최근 잔금대출을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가장 뜨거운 단지 가운데 하나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5대 시중은행의 잔금대출 한도는 당초 총 5000억원 수준에서 최근 1조55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이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집단대출 '오픈런'을 막기 위해 실수요자 대출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말 기준 이 단지의 잔금대출 변동형 금리는 연 4.68~5.00%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카카오뱅크가 잔금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 목표도 있다. 올해 2분기 말 카카오뱅크의 전체 여신 잔액은 48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조4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중 신용대출이 19조2000억원으로 39.8%를 차지해 비중이 여전히 높고, 주택담보대출은 14조8000억원으로 30.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잔금대출 취급을 통해 신용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담보대출 중심으로 여신 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잔금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대면 방식이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잔금대출은 사업장에 따라 아직 등기가 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조합원 여부에 따라 확인해야 할 사항도 있어 일반 주담대와 성격이 다르다며, 사업장별로 케이스가 다양한 만큼 이런 부분을 비대면 과정에서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카카오뱅크가 앞서 개별 주담대 '오픈런'에서 확인한 비대면 수요를, 절차가 더 복잡한 잔금대출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느냐다. 출시 초기 참여 사업장과 공급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비대면 편의성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얼마나 많은 차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