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CB 대신 유증 택한 큐리언트, "주주가치 보호" 이면 법차손 대응?
1016억원 중 349억원 운영자금에 투입 기업가치 상승 후 추가 자금조달도 언급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자금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을 검토하던 신약개발 기업 큐리언트가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택한 데 대해 "기존 주주에게 참여 기회를 먼저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메자닌 발행에서 증자 방식으로 선회한 데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연말 상장 유지 핵심 요건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큐리언트는 14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제3자배정 등 여러 옵션을 동시에 검토해왔으나, 바이오 증시 환경이 악화하면서 특정 투자자에게 제3자배정하는 것보다 기존 주주에게 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내년 핵심 파이프라인에서 모멘텀이 발생하면 오버행이 해소되면서 기존 주주에게 차익 실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큐리언트는 유증을 통해 조달한 1016억원 중 비임상 단계인 이중 페이로드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QP101에 273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트로델비 등 기존 ADC와의 병용 임상을 계획 중인 '모카시클립(Mocaciclib, Q901)'에는 74억원이 투입된다. 1016억원 과반인 667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비임상 단계인 QP101은 독성시험과 생산을 준비한 뒤 내년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Q901은 올해 트로델비와의 병용 임상에 들어가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큐리언트 측은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해 "개발하려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이번 유증 규모인 1000억원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상이 진전돼 데이터가 확보되면 기술이전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해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선 "10개 글로벌 제약사와 긴밀하게 소통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파트너사나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앞서 큐리언트는 영구CB 700억원, 일반CB 700억원을 합해 1400억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검토해 왔다. 다만 최근 파이프라인 개발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한 후 일부 투자기관과 금융비용, 자본확충 가능성 등에서 이견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유증 선회가 투자기관과의 연내 최종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기존에 검토하던 주식연계채권은 발행 시점에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전환까지 1년 이상 걸려 연내 자기자본 확충이 불가능하다고 기재한 점도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관사의 인수 보증을 통해 납입 즉시 당사의 자본금·자본잉여금으로 반영된다. 유증을 선택한 이유로는 전환 전 부채 인식, 이자비용, 파생상품 평가손익, 연내 자기자본 확충 불가능 등의 사유를 꼽았다. 이는 주주서한이나 온라인 설명회 등에서 자금조달 사유로 언급한 주주가치 보호나 임상개발 진행 등과 구분되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임상 진행에 더해 법차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차손은 영업손실과 영업외손익을 더한 뒤 법인세를 빼기 전 계속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의미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상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각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이 발생하고 최근 사업연도에도 법차손이 발생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큐리언트의 법차손은 자기자본 218억원의 96.7%에 달하는 210억원이다. 증권신고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법차손이 상반기 손실을 단순 연환산한 421억원 수준으로 발생하고 유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법차손 비율은 5819.1%까지 올라간다. 반면 예정 모집금액 1016억원이 전액 납입되면 자기자본은 1023억원으로 늘어나 법차손 비율은 41.20%로 낮아진다
설명회를 들었던 한 주주는 "임상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점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나, 증자 결정 후 발표한 주주서한에도 주주배정 방식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유상증자 선회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온라인으로 참여한 주주들에게 질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조달 방식이 왜 증자 형태로 바뀌었는지 질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유증 1차 발행가액은 10월 7일, 최종 발행가액은 11월 20일 확정된다. 구주주 청약은 11월 25~26일 진행되고, 미청약 물량은 11월 30일~12월 1일 일반공모한다. 주금 납입일은 12월 3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2월 17일이다.
<녹색경제신문>은 큐리언트 측에 CB 등 메자닌 발행 계획을 철회한 배경과, 이번 유증이 법차손 기준을 넘기는 데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