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생기는데 구치소는 없다…충청권 ‘교정 인프라 공백’, 민자금융으로 풀 수 있나

대전교도소 수용률 143.6%…청주도 정원 40% 초과, 세종은 2031년 법원 개원 법무부 1000명급 교정시설 4곳 공모…9676억원 규모 BTL로 추진 제천은 시민 61.7%가 유치 찬성…4000억원 경제효과·800명 정주 기대 허태정·조상호·신용한·이장섭·이상천 모두 민주당…충청권 공동 대응 여건 금융권엔 3300억원 BTL펀드도…“재원보다 수요·부지·주민수용성이 관건”

2026-09-15     한순구 기자
지난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대전교도소는 정원보다 40% 이상 많은 수용자를 떠안고 있고, 청주교도소 역시 정원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2031년에는 세종지방법원이 문을 열지만 세종에는 독립적인 구치시설이 없다.

법무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규 교정시설 4곳의 부지 공모에 나선 가운데 대전·세종·충북을 하나의 사법권역으로 묶어 추가 교정시설 수요를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라면 재원 조달부터 막혔겠지만 상황도 달라졌다. 법무부는 신규시설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건설할 방침이다. 민간 금융회사가 자금을 조달해 시설을 먼저 건설하고 국가가 장기간 정부지급금으로 투자비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수천억원 규모 BTL 블라인드펀드가 잇따라 조성되고 있어, 국가사업으로 확정된다면 건설비 자체보다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 지자체와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 143.6%…방동 신축해도 우선은 기존 과밀 해소

충청권 교정시설 부족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 자료 등을 보면 대전교도소 수용률은 올해 143.6%에 달한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인 120%대 중반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과밀수용이 교정·교화 기능뿐 아니라 교정공무원의 업무부담과 수용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유성구 방동 일원에 교도소와 구치소를 이전·신축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 공모자료에 따르면 신축 대전구치소는 부지 28만2002㎡, 수용정원 1700명, 직원 533명 규모다. 같은 부지에 계획된 대전교도소의 수용정원은 1500명으로, 두 시설을 합치면 약 3200명을 수용하게 된다.

대전구치소는 약 2400억원 규모의 BTL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 7월 계룡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의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신시설 상당 부분은 현재 대전지역에 누적된 과밀을 정상화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방동 사업이 끝났다고 해서 향후 세종에서 새로 발생할 미결수용 수요나 청주권까지 충분한 여유가 생긴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추가시설 필요성을 판단하려면 방동 이전 이후의 대전 예상 수용률과 2030년대 충청권 수용수요를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청주교도소도 정원 850명에 1200명…구치소까지 필요

청주 상황도 비슷하다.

1979년 문을 연 청주교도소는 노후화에 과밀 문제가 겹쳐 있다. 현재 수용인원은 약 1200명으로 정원 850명을 40% 이상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장섭 청주시장은 기존 청주교도소 이전과 함께 청주지역에 없는 별도의 구치기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기존 교도소 부지를 개발해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기존의 ‘기부 대 양여’ 방식만으로는 재정적 한계가 있다며 청주교도소 이전과 구치소 신설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은 기존 과밀, 청주는 노후시설 이전과 구치기능 확보라는 서로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1042억원 들여 세종법원 짓는데 구치시설은 ‘0’

세종에서는 아예 새로운 교정수요가 생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에 총사업비 1042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6805㎡ 규모의 세종지방법원을 건립하고 있다. 목표 개원 시점은 2031년 3월이다. 세종지방공소청도 법원 개원 일정과 연계해 추진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세종에 독립적인 구치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법원과 공소청이 가동되더라도 구속 피고인과 미결수용자를 세종에서 수용할 곳이 없다면 대전이나 청주 등 외부 교정시설에서 재판 때마다 호송해야 한다.

최근 세종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법원·공소청 개원을 계기로 구치소 또는 교정시설의 필요성을 묻는 주민들의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세종지방법원 개원을 앞두고 단순히 법원청사를 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법원·공소청·구치기능을 하나의 형사사법 인프라로 놓고 중장기 수요를 계산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무부도 “4곳 더 짓겠다”…과밀수용 해소 본격화

정부 역시 신규 공급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교정시설 조성 부지 선정 공모’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공모 배경으로 과밀수용 개선과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해온 사회적 갈등 완화를 명시했다.

공모 대상은 수용정원 1000명급 시설 4곳이다. 총건설비는 약 9676억원이며 BTL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설 한 곳당 약 2400억원의 건설투자가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가 한꺼번에 네 곳의 후보지를 찾는 것은 기존 시설 증·개축만으로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청주가 이미 심각한 과밀을 겪고 있고 세종에는 새로운 사법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광역 수요조사를 실시할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교도소라도 와달라”…제천은 주민 61.7% 찬성

지역사회의 인식 역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 제천이다.

제천시는 최근 시민 1506명을 대상으로 교정시설 유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61.7%가 찬성, 38.3%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나 유치를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찬성 이유로는 지역상권 활성화 기대가 가장 많았고 교정공무원 등 상주인구 증가, 일자리 확대와 국가시설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뒤를 이었다.

제천시가 제시한 기대효과는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한 약 4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간 1만명 안팎의 면회객 방문, 교정공무원과 가족 등 약 800명의 정주 효과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매년 청년층이 빠져나가고 상가 공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교정시설을 지역소멸을 막을 국가시설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시설을 어디에 지을지를 놓고도 과거와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제천시가 읍·면·동을 대상으로 유치 희망지역을 모집하자 복수의 마을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북 청송도 기존 교정시설들에 더해 추가시설과 교정공무원 연수시설·체육시설·숙박시설 등을 묶은 이른바 ‘교정 특화단지’를 검토하고 있다.

‘교도소가 들어오면 지역이 손해를 본다’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인구 감소지역에서는 안정적인 국가공무원 일자리와 국가재정 투자를 유치하는 공공기관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400억원짜리 시설, 지자체가 직접 돈 빌릴 필요 없다

경제·금융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BTL은 민간사업자가 자기자본과 금융회사 대출 등을 이용해 시설을 건설한 뒤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는 구조다. 이후 정부가 실시협약에 따라 장기간 시설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지급한다.

즉 교정시설 하나를 짓기 위해 해당 시장이나 도지사가 직접 2000억~3000억원을 차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전구치소에서 이미 같은 방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 공급 여력도 확인된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7월 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투자하는 3300억원 규모 BTL 블라인드펀드의 투자자 모집을 완료했다. 2026년 정부가 의결한 전체 BTL 사업 한도액도 약 3조9900억원에 달한다.

정부도 올해 BTL 금융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인프라펀드를 도입하는 등 민간자본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 BTL은 일반적인 부동산 PF와 성격이 다르다.

아파트나 상업시설처럼 분양률이나 이용객 수에 따라 투자비 회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른 장기 정부지급금이 현금흐름의 핵심이다.

때문에 국가사업으로 선정되고 사업구조가 확정된 이후라면 건설사·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인프라펀드 등을 묶어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하다.

오히려 금융권에서는 ‘돈이 있느냐’보다 국가가 실제로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수요가 있는지와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선행조건으로 꼽힌다.

물론 BTL도 공짜는 아니다. 정부가 장기간 임대료를 부담하는 만큼 민자적격성 검토와 국회 한도액 심의, 경쟁입찰과 실시협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전·세종·충북·청주 단체장 모두 민주당…광역 공조 여건

충청권이 공동 수요조사에 나설 정치적 여건도 이전보다 단순해졌다.

현재 대전시는 허태정 시장, 세종시는 조상호 시장, 충북도는 신용한 지사, 청주시는 이장섭 시장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교정시설 유치를 공식화한 이상천 제천시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같은 당 소속이라는 사실이 교정시설 건설의 타당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전·세종·충북이 각각 정부에 별도의 시설을 요구하는 것보다 공동 수요조사와 후보지 검토, 법무부 공동건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조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허태정·조상호·신용한 시장·지사 등 민주당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지방선거 전부터 충청권 초광역 협력과 공동 국가사업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

교정시설 역시 대전시가 하나, 청주시가 하나, 세종시가 하나씩 만드는 식이 아니라 광역수요를 먼저 계산해 효율적인 위치를 찾는 방식이 중앙정부를 설득하기에는 유리할 수 있다.

 

대전 과밀+세종 신규수요+청주 이전…‘광역교정시설’ 가능할까

가령 대전 방동의 신축 교도소·구치소는 기존 대전 수요를 우선 흡수하고, 별도의 1000명급 시설을 대전·세종·청주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에 두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신규시설이 세종지방법원의 미결수용 수요와 청주권의 일부 초과수요까지 맡는다면 세 도시가 각각 별도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토지와 시설, 보안인력, 의료·급식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충청권 광역교정시설 사업이 공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성을 확인하려면 법무부와 해당 지자체가 먼저 △대전 방동 이전 이후 예상수용률 △세종지방법원 개원 후 예상 미결수용자 △청주권 수용수요 △법원별 호송건수와 거리 △2035~2040년 예상 수용수요 등을 공동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 추가 수요가 확인되면 후보부지와 금융구조를 검토하는 순서가 합리적이다.

 

특별법 통과되면 주민지원 근거도 강화

교정시설 유치의 마지막 관문은 주민수용성이다.

현재 국회에는 신성범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교정시설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다.

현행 법체계에는 교정시설 신축·이전지역과 주변지역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별도 법률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이다.

법안에는 주변지역 지원사업과 국가 지원, 일부 사업의 국고보조율 상향뿐 아니라 지역주민 고용, 현지 인력 채용, 지역 농산물 구매 등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어서 현재의 확정된 지원책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법무부의 신규시설 공모와 제천·청송 등의 유치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회가 지원체계를 법제화할 경우 교정시설을 둘러싼 지방의 계산법도 달라질 수 있다.

 

교도소가 아니라 ‘국가 인프라’로 볼 때 계산 달라져

과밀수용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고, 지방소멸은 지방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다.

대전은 수용률이 140%를 넘어섰고 청주는 정원을 40% 이상 초과했다. 세종에서는 5년 뒤 새 법원이 문을 연다.

반면 제천에서는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교정시설 유치를 선택했다.

국가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수백명의 공무원이 장기간 근무하며, 시설관리와 식자재·농산물·생활서비스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는 점을 지역경제 측면에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자금융 측면에서도 대전구치소라는 선례가 있고, 수천억원의 BTL 투자자금이 금융시장에 조성돼 있다.

결국 충청권 추가 교정시설 논의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은 자금 자체가 아니다.

대전의 과밀수용, 청주의 이전·구치기능 문제, 세종의 신규 사법수요를 하나의 광역수요로 인정할 수 있는지, 주민이 받아들일 만한 입지와 지역상생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법원은 생기는데 수용시설은 없고, 기존 교도소는 이미 정원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충청권이 각 지역의 문제를 따로 풀 것인지, 민간금융을 활용한 하나의 광역 교정 인프라로 풀 것인지 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