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 정상회의 앞두고 120억달러 프로젝트 부상…수은에 쏠린 금융수요

우즈벡 대통령실 “방한 계기 약 120억달러 유망 프로젝트 준비” 수은과 별도 파트너십 프로그램 채택…기존 수은·EDCF 사업도 20억달러 넘어 카자흐 인프라·핵심광물 금융 요청…타지크도 EDCF·광물 협력 확대

2026-09-15     한순구 기자
한-우즈베크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첫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라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약 120억달러 규모의 유망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과 별도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채택하면서 정상외교가 실제 금융사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카자흐스탄도 수출입은행에 핵심광물과 인프라·산업 프로젝트 금융 참여를 요청하고 있고, 타지키스탄은 수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핵심광물 분야 협력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해각서(MOU)와 사업제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출금융, EDCF, 보증 등 실제 금융계약으로 전환될 경우 국내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금융권에도 새로운 해외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즈벡 대통령실이 공개한 '120억달러'…수은 파트너십도 채택

15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전날 서울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투자·산업·인프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방문 결과 투자 포트폴리오가 새로운 규모로 확대돼 약 120억달러 상당의 유망 프로젝트가 준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한국수출입은행과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채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20억달러는 현재 환율 기준 16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다만 이 금액 전체가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측이 양국 간 향후 추진할 수 있는 투자 프로젝트의 전체 파이프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비와 한국 기업 참여 규모, 수은의 실제 금융지원액은 사업 구체화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일부 우즈베키스탄 현지 언론은 수출입은행과의 전략협력 프로그램 규모를 80억달러로 보도하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공식 발표에는 해당 프로그램의 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수은의 지원 한도나 금융규모는 별도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13건의 정부 간 협정과 MOU도 교환했다. 대통령실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을 핵심광물과 산업, 인프라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수은·EDCF 20억달러 넘어…정상외교로 '2막'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정책금융과의 협력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한국 측과의 투자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수출입은행과 EDCF를 통한 누적 프로젝트 포트폴리오가 2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수은과 EDCF 자금은 우즈베키스탄의 의료·보건, 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농업·수자원, 에너지, 인프라, 교육 등 여러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이번에 약 120억달러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군이 별도로 제시되면서 기존 개발원조 성격의 EDCF 중심 협력이 수출금융과 PF, 상업금융을 결합하는 구조로 확대될지가 관심사다.

특히 핵심광물과 인프라 개발 사업은 초기 사업성 검토부터 건설·플랜트 수주, 기자재 수출, 장기 운영까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수은이 사업 초기부터 금융구조 설계에 참여할 경우 한국 기업의 현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시중은행의 신디케이트론, 외환·환헤지, 지급보증 등 민간 금융 수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카자흐도 수은에 직접 요청…핵심광물부터 인프라까지

정책금융 수요는 우즈베키스탄에 그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외교부에 따르면 아셋 이세날리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최근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을 만나 한국 금융기관의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분야는 재생에너지와 탈탄소, 그린수소·암모니아뿐 아니라 희토류 등 핵심광물 채굴·심층가공, 배터리 산업, 교통·물류 인프라와 산업시설 현대화 등이다.

특히 카자흐스탄 측은 수출입은행이 현지 인프라·산업·혁신 프로젝트의 금융에 참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 프로젝트와 금융구조를 추가로 발굴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적인 자원 부국인 데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른바 '미들 코리도어'의 핵심 국가다. 한국 입장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동시에 철도·도로·물류와 산업 인프라 프로젝트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핵심광물 사업은 광산 지분투자에 그치지 않고 채굴과 가공, 정제, 배터리 소재 생산시설까지 투자 범위가 넓어질 수 있어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이 함께 참여할 여지도 크다.

 

타지크도 EDCF·핵심광물 동시 접근

타지키스탄 역시 한국 정책금융과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주한 타지키스탄대사관에 따르면 살로히딘 키롬 주한 타지키스탄 대사는 지난 7월 수출입은행의 EDCF 운영그룹 책임자와 만나 양측 금융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1차 한·타지키스탄 핵심광물 포럼에는 타지키스탄 대통령실과 산업신기술부, 지질당국을 비롯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수출입은행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광업과 귀금속, 핵심광물 공급망뿐 아니라 지하자원 탐사와 고부가가치 밸류체인 구축, 공동 프로젝트와 투자유치 등을 논의했다.

타지키스탄이 보유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탐사·가공 기술을 결합한 사업이 구체화하면 EDCF나 수출금융 등 정책금융이 사업의 초기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16일 첫 정상회의…MOU가 '금융계약'으로 바뀔지가 관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6일 서울에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정상들과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과 중앙아 5개국이 정상급 다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핵심광물·에너지 자원과 한국의 탐사·가공 역량을 연결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인프라·플랜트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 수주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금융권의 관심은 정상회의에서 발표되는 사업들이 실제 자금 집행 단계까지 이어질지에 쏠린다.

중앙아시아의 대규모 광물·에너지·인프라 개발은 현지 정부 재정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국가신용과 환율, 제도적 위험 때문에 민간 금융만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EDCF를 활용해 사업성을 확보하고 수출입은행의 수출·PF 금융과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결합한 뒤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구조가 주요 금융모델로 거론된다.

우즈베키스탄이 이번 정상외교에서 공개한 약 120억달러 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어떤 사업이 실제 한국 기업 수주와 정책금융 지원으로 이어질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의 이후 구체적인 사업명과 금융지원 규모가 공개될 경우 국내 금융사의 중앙아시아 진출 역시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