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공급은 회복, 투심은 아직...9월 공모시장 ‘옥석가리기’ 본격화

청약 경쟁률·기관 의무보유확약률·상장 후 수익률로 본 IPO 투자심리 8월 일부 종목 청약 경쟁률 한 자릿수…기관 확약·상장 후 주가도 냉랭 9월 공모 일정 급증에 자금 분산 우려…종목별 ‘옥석가리기’ 본격화

2026-09-15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 기업들이 몰리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들어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일정은 크게 늘었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 일부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고 기관 의무보유확약도 위축됐던 만큼, 시장에서는 일반청약 경쟁률과 의무보유확약률, 상장 이후 수익률이 함께 개선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녹색경제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주에는 와이즈플래닛컴퍼니를 시작으로 빅웨이브로보틱스, 덕산넵코어스, 글로벌테크놀로지, 브릴스 등 5개 기업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멜콘과 진코스텍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한동안 뜸했던 IPO 일정이 이달 들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IPO 시장은 상반기부터 공급 자체가 크게 줄었다. 8월 말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은 27곳으로 2021~2025년 같은 기간 평균인 약 49곳의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케이뱅크 한 곳뿐이고 나머지 26곳은 모두 코스닥에 입성했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역시 크게 감소했다. 올해 1~7월 IPO 공모금액은 1조7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791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8월에도 신규 상장 기업이 6곳에 그치면서 전체 공모금액은 2106억원에 불과했다. 대형 공모주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중소형주까지 흥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전반의 위축이 이어졌다.

공급 감소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8월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372대 1,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275대 1로 집계돼 2017년 이후 8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7~2025년 8월 평균이 기관 813대 1, 일반청약 774대 1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자금의 선별 현상은 더욱 뚜렷했다. 스카이랩스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2.85대 1, 기도산업은 5.53대 1에 그쳤고 딜리셔스도 10.29대 1에 머물렀다. 반면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1079.55대 1, 니어스랩은 522.99대 1을 기록하면서 같은 달 공모에 나선 기업 사이에서도 경쟁률이 수십~수백 배까지 벌어졌다.

공모주 물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일제히 몰리던 과거와 달리 실적과 성장성, 공모가 수준에 따라 투자자들이 종목을 가려 투자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 기업 수가 감소했음에도 일부 종목의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공모주 자체에 붙던 이른바 '품귀 프리미엄'이 약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률 역시 시장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이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직후 매도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는 약속으로, 단순 수요예측 경쟁률보다 기관의 중장기 투자 의지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도 변화 등의 영향으로 평균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46.32%까지 올라갔지만 8월 들어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기도산업은 수요예측 당시 의무보유확약 신청이 사실상 없었고 딜리셔스는 0.1%, 케이앤에스아이앤씨도 0.8% 수준에 머물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실제 장기 보유 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관들이 수요예측에는 참여하면서도 상장 이후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경쟁률만으로 IPO 시장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경쟁률이 실제 투자 확신보다 단기 배정 물량 확보를 위한 주문에 그칠 경우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수익률은 투자심리 위축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8월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9.0%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고 월말 기준 평균 수익률은 -23.6%까지 떨어졌다. 공모주를 배정받아 단기 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보유한 투자자라면 평균적으로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가격을 결정한 기업들도 상장 이후 주가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8월 말 기준 딜리셔스는 공모가 대비 53.9%, 기도산업은 48.1%, 니어스랩은 30.3%,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22.2% 하락했으며 이들 4개 기업의 평균 하락률은 38.6%에 달했다. 케이앤에스아이앤씨의 경우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90% 이상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지만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9월 들어서는 청약 경쟁률을 중심으로 일부 반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AI 음성·영상 생성 플랫폼 기업 네오사피엔스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219.6대 1에 머물면서 공모가를 희망범위 1만3800~1만5800원보다 크게 낮은 1만원으로 결정했지만, 이후 일반청약에서는 약 10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2조6000억원가량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가격 눈높이를 크게 낮춘 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유입된 셈이다.

와이즈플래닛컴퍼니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1248.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범위 최상단인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8월 급격히 위축됐던 기관 수요가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수요예측 당시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은 3.65%에 그쳐 높은 경쟁률이 장기 보유 의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청약 경쟁률과 기관 확약률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면서 IPO 시장의 회복세가 아직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공모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도 시장에는 양면적인 변수다. 이달 IPO 기업은 9~11곳, 공모금액은 4000억~4500억원 수준으로 8월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예상 상장 시가총액 역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 일정 자체는 살아나고 있지만 여러 기업의 청약이 동시에 몰릴 경우 투자자의 증거금이 분산되면서 종목별 경쟁률 차이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AI와 로봇, 반도체 등 최근 증시에서 관심이 높은 업종의 기업들이 잇따라 공모에 나서는 만큼 투자자들의 선택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공모가가 기업가치와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업종의 인기에 관계없이 청약 단계에서부터 외면받을 수 있어 수요예측 결과와 기관 확약률, 상장 후 주가 흐름이 기업별로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 공모주들의 성적은 향후 등장할 대형 IPO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이 무신사로, 이 회사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 예정 주식은 2억2782만9016주이며 이 가운데 266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7조~9조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거론됐고 시장에서는 최대 10조원 안팎의 몸값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가 곧바로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실제 공모 과정에서는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공모가 할인 수준에 대한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평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메가존클라우드와 리벨리온 등 조 단위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기업들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중소형 공모주에서 나타나는 투자심리가 대형 IPO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9월 공모 기업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더라도 확약률이 낮거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경우 대형 기업들 역시 몸값을 낮추거나 상장 일정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9월 들어 공모 일정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것만으로 IPO 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관 확약률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까지 개선돼야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났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