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비교군 없는 흑자 기업···로봇 SI 대어 브릴스, PSR 밸류에이션 '이목'①
현대차·포스코DX 레퍼런스 발판···제조업 넘어 영토 확장 로봇 업계 특수성 반영한 밸류에이션···16일 공모가 확정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업 브릴스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로봇·피지컬AI 기업의 기업공개(IPO)는 지난 5월 코스모로보틱스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로봇 SI업계의 고질적인 저마진 체질을 ‘모듈화’로 극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브릴스는 희망공모가 범위를 1만6500~1만9500원으로 제시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16일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9500원으로 결정될 경우 약 234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다만 기업가치 산정 방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브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흑자를 기록해 일반 상장 트랙을 탔지만, 통상 흑자기업의 IPO에 활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했다. 로봇·AI 업종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비교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희망공모가를 브릴스의 최근 이익에 대입하면 PER이 100배를 웃돈다.
공정 '밀키트화'···SI기업 중 수익성 탑티어
브릴스가 영위하고 있는 로봇 SI는 제조·물류 현장 등에 로봇을 도입할 때 고객사의 공정에 맞춰 로봇과 주변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설계하고 하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고객사와 공정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상당수 SI 기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마다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설계와 개발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매출이 늘더라도 엔지니어와 연구개발(R&D) 인력이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렵고, 프로젝트별 원가 부담도 커진다. 국내 로봇 SI업계에 영세기업이 많고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배경이다.
브릴스가 내세운 해법은 ‘모듈화’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로봇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표준화·모듈화해 신규 프로젝트마다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영역을 줄이는 방식이다.
요식업에 비유하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재료 손질부터 새로 시작하던 방식을 미리 손질하고 규격화한 재료를 조합하는 ‘밀키트’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프로젝트별 커스터마이징은 유지하되 반복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표준화해 개발기간과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브릴스의 핵심 캐시카우는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한 고정밀 검사·자동화 분야다. 회사는 상장 이후 기존 제조업 중심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물류와 식품, 이차전지, 의료·헬스케어, 조선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브릴스는 포스코DX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대차, HD현대중공업, LG전자 등 대기업 자동화 공정에서의 레퍼런스를 쌓아왔다.
사업의 효율성은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브릴스는 지난해 매출 237억5923만원, 영업이익 24억3033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36억5709만원, 영업이익 8억4120만원으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교군 없어 PSR 적용…3216억원 기업가치 산정
이번 IPO에서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눈길을 끈다. 흑자 기업임에도 기업 가치 산정에 PER이 아닌 PSR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PER 밸류에이션은 순이익을 준거로 밸류를 산출하는 지표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몇 배를 기업가치로 인정할 것인지를 나타낸다. 반면 PSR은 시가총액을 매출액과 비교한다. 이익이 아직 발생하지 않거나 적자가 지속돼 PER을 계산하기 어려운 성장기업의 가치평가에 주로 활용된다.
브릴스가 이례적인 것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PSR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최근 12개월(LTM) 매출 261억3700만원에 비교기업인 라온로보틱스·유일로보틱스·씨메스로보틱스의 평균 PSR 12.31배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산출한 평가 시가총액은 3216억1400만원이다.
적용주식수 1155만3449주를 기준으로 계산한 주당 평가가액은 2만7837원이다. 여기에 29.95~40.73%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공모가 범위를 1만6500~1만9500원으로 결정했다.
브릴스가 PSR을 선택한 배경에는 로봇업계의 수익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동종 업계의 평균치를 참고해야 하고, 최소 10곳 이상의 기업을 비교군으로 놓는다. 하지만 브릴스가 IPO를 추진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로봇 및 AI 섹터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PER 비교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라온로보틱스와 현대무벡스 정도로 좁혀지는데, 두 기업의 PER 격차도 지나치게 커 평균을 산출하기 어렵다. 15일 주가 기준 라온로보틱스의 PER은 26.3배인 반면 현대무벡스는 137.2배로 약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비교기업 숫자가 적은 데다 두 기업 사이의 배수 격차까지 커 PER 평균값을 브릴스의 적정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릴스 관계자는 “로봇·AI 섹터로 봤을 때 흑자가 나오는 기업이 거의 없어 비교군이 부족하기 때문에 PER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비교기업이 최소 10개 이상은 돼야 하는데 현재 섹터에 흑자기업이 그만큼 드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서도 업계 특수성을 인정해 상장 추진 시점부터 현재까지 IPO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업계에서 흑자기업이 PSR을 활용한 것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1년 상장한 티엑스알로보틱스와 이달 상장을 추진하는 빅웨이브로보틱스 역시 이익실현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기업가치 산정에는 PSR을 활용했다. 현재 이익보다는 로봇산업의 성장성과 향후 매출 확대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 셈이다.
전진 브릴스 대표는 "4~7000만원 수준이던 프로젝트 단가가 최근 1억 5000만원 이상으로 상승하고 북미 매출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릴스 일반 청약은 17일~18일 양일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