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vs NXT, 애프터마켓 첫날 1.8조씩 ‘박빙’...VI 1637회 숙제도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퇴근 후 주식시장을 둘러싼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의 경쟁이 첫날부터 팽팽하게 맞붙었다. KRX가 애프터마켓을 처음 가동한 14일 양 시장에 각각 1조8000억원 안팎의 거래대금이 몰리면서 장후 실시간 거래시장을 사실상 양분했다.
다만 거래 가능 종목이 코스피·코스닥 대부분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과제도 드러났다. 거래가 많지 않은 중소형주에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반복적으로 발동하는 등 낮은 유동성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두드러졌다.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 KRX 애프터마켓의 거래대금은 1조8177억원, 거래량은 7224만주로 집계됐다.
같은 날 KRX 정규시장 거래대금 25조8082억원과 비교하면 약 7.04%에 해당한다. 거래량은 정규시장 9억5만주의 약 8.03% 수준이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에서 2218만주, 1조3252억원이 거래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5006만주, 4925억원이 거래됐다. 거래량은 코스닥이 두 배 이상 많았지만 거래대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몰린 유가증권시장이 크게 앞섰다.
같은 날 오후 3시40분부터 8시까지 운영된 NXT 애프터마켓에서는 1217만주, 1조7896억원어치가 거래됐다. 거래대금 기준 KRX와 NXT의 격차는 불과 281억원이었다.
특히 NXT가 KRX보다 20분 먼저 장후거래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KRX 역시 출범 첫날부터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거래일까지 사실상 NXT가 독점해 온 장후 실시간 거래시장이 KRX의 진입과 동시에 양강 구도로 재편된 셈이다.
양 시장의 거래대금이 비슷하게 형성된 배경에는 증권사들의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가 거래소를 직접 선택하지 않더라도 SOR이 가격과 수수료, 주문 규모,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내는 구조다.
KRX 애프터마켓 도입으로 투자자들이 정규장 이후 거래할 수 있는 종목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NXT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일평균 거래량이 KRX 거래량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받아 거래 종목을 600개 안팎으로 관리해 왔다. 반면 KRX는 애프터마켓을 통해 코스피·코스닥 대부분 종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후 실시간 거래의 외연을 중소형주까지 넓혔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거래 대상이 대폭 확대되자 장후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14일 오후 4시 애프터마켓 개장 이후 VI는 총 1637회 발동했다. 같은 날 정규장에서 약 400회 발동한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VI는 개별 종목 가격이 단기간에 급변할 경우 일정 시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해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제도다. 정적 VI와 동적 VI를 통해 비정상적인 가격 움직임을 제한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KRX의 애프터마켓 진입으로 장후시장의 거래소 간 경쟁은 첫날부터 본격화됐지만, 거래시간과 대상 종목 확대가 곧바로 충분한 유동성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KRX 애프터마켓 출범을 국내 증시가 장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NXT와의 경쟁을 통해 투자자의 거래소 선택권이 넓어지는 동시에 글로벌 거래소들의 거래시간 확대 흐름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후 거래시장이 복수 거래소 체제로 전환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기회와 선택지가 넓어진 측면이 있다”며 “다만 거래시간이 길어진 만큼 유동성이 낮은 시간대의 가격 변동성과 시장 안정성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