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은 1억에 막히는데…600점 자영업자엔 2000만원, ‘비대칭 대출’ 논란

5대 은행 일반 신용대출 최대 1억원 제한 이어져 서울시 안심통장, NICE 600점 이상 자영업자 최대 2000만원 1~3호 6만명·6000억원 공급…38영업일 만에 평균 소진 정책서민금융 대위변제율도 상승…“지원 필요하지만 상환능력 심사 병행해야”

2026-09-15     한순구 기자
은행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연소득이 2억원이고 신용점수가 높으며 집 한 채 없는 직장인이라도 주요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규 일반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 수준에 묶여 있다.

반면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차주에 대해서는 중금리대출과 보증부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NICE 신용평점이 600점 이상인 자영업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을 제공하는 ‘안심통장 4호’를 출시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신용대출보다 은행의 위험 부담도 작다.

취약차주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다만 은행권 연체율과 정책서민금융의 대위변제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국가 재정 역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상환 능력이 충분한 우량차주의 대출은 일률적으로 억제하면서 위험도가 높은 차주의 대출에는 공적 보증을 붙여 공급을 확대하는 현재 정책 조합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무주택·연소득 2억원인데도 신용대출은 1억원

일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무주택 직장인 A씨의 연소득이 2억원이고 기존 대출이 거의 없다고 가정해보자. 신용점수 역시 최상위권이라면 소득과 DSR만 놓고 볼 경우 1억원을 넘는 대출을 상환할 여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은행이 일반 신용대출 최고한도를 1억원으로 정해 놓았다면 A씨는 그 이상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금융당국이 법으로 ‘모든 국민의 신용대출은 1억원’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은 아니다.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 주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상품 한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고액연봉자를 포함해 신규 일반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확산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부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신규 신용대출을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신용대출 수요 자체가 적은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6704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원 이상 늘었다.

최근 상황은 더 빠듯하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지만 아파트 집단대출과 서민대출을 제외하면 은행권에 추가로 돌아가는 대출 여력은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이 기존 연간 증가 목표 7조1100억원 가운데 이미 6조9096억원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대출 총량을 늘렸다’고 발표해도 일반 직장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신용대출 공간은 거의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NICE 600점 자영업자에는 최대 2000만원

같은 시기 서울시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했다.

지난 3일 출시된 ‘서울시 자영업자 안심통장 4호’는 개업 후 1년이 지난 개인사업자 가운데 대표자의 NICE 신용평점이 600점 이상이고 최근 3개월 매출이 200만원 이상이거나 최근 1년 신고매출이 1000만원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최대한도는 2000만원이다. 대출금리는 지난달 27일 기준 CD금리에 2%포인트를 더한 연 5.12% 수준이다.

신용점수 600점이라는 기준만 보면 상당수 은행 일반 신용대출에서는 우량차주로 보기 어려운 구간까지 정책 대상에 포함된다.

그렇다고 신용점수만 넘으면 무조건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를 거쳐야 하며, 현금서비스를 4곳 이상에서 이용하거나 이용액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 최근 3개월간 저축은행·여신전문회사 등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지원받기 어렵다. 기존 서울신용보증재단 보증잔액과 신규 지원액 합계가 1억원을 넘는 경우에도 제한된다.

따라서 ‘저신용자는 심사 없이 대출해준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핵심은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

일반 신용대출과 안심통장의 가장 큰 차이는 위험 부담 구조다.

일반 신용대출은 차주가 연체하면 원칙적으로 은행이 손실을 부담한다. 따라서 은행은 차주의 소득과 신용점수, 기존 부채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위험을 판단한다.

반면 안심통장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끼고 대출한다. 안심통장 4호의 보증비율은 90%다. 차주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약정된 범위에서 금융회사에 대신 지급하고 이후 차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서는 동일한 2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직접 내주는 것보다 손실 위험이 훨씬 작다.

결국 우량차주에게 적용되는 총량규제와 취약차주 지원 정책을 단순히 ‘누구에게 더 많이 빌려주느냐’로 비교하기보다는 민간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은 제한하면서 공공 보증을 통해 위험을 이전하는 구조가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6만명 몰렸다…정책대출 수요도 결코 작지 않아

정책금융의 수혜자가 소수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통장 1~3호는 평균 38영업일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약 6만명의 자영업자가 총 6000억원을 공급받았다. 1인당 평균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000만원이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안심통장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서울시는 올해 공급 규모를 총 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자영업자의 자금난이 상당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보증기관이 부담해야 할 잠재 위험 역시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지원 규모도 크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을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에서 더 많이 제외하고, 제2금융권에서는 사실상 별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즉 고소득·고신용 차주의 일반대출은 총량에 그대로 포함하면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대출에는 총량 인센티브나 보증을 붙이는 방식으로 돈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체율…정책금융 대위변제도 1조원 넘어

이 같은 정책 방향에서 가장 큰 변수는 건전성이다.

국내 은행의 지난 5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67%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은 0.9%까지 올라갔다.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은행권의 1개월 이상 주담대 연체채권은 2022년 말 1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2000억원으로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 증가율보다 연체채권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

공적 보증이 들어가는 정책서민금융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은 2016년 2.2%에서 지난해 12.4%로 5배 이상 높아졌다. 서민금융보완계정의 대위변제액도 최근 3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책서민금융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취약차주에게 융자·보증 공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대출 필요성과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충분히 심사하지 않을 경우 다중채무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위험관리를 주문했다.

 

나라 살림도 넉넉하지 않아

공적 보증의 부실은 곧바로 같은 금액의 세금 손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증기관은 보증료 수입과 출연금, 회수금 등을 통해 손실을 관리하고 대위변제 이후 차주에게 채권을 회수한다.

다만 대위변제가 계속 증가하면 보증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결국 추가 출연이나 재원 확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재정 여건 역시 이를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6년 관리재정수지는 107조8000억원 적자로 편성됐다.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 GDP 대비 51.6% 수준으로 전망됐다.

올해 6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84조4000억원에 달했다.

포용금융 정책의 필요성과 별개로 보증과 정책대출의 공급 규모만 늘리기보다 실제 연체와 대위변제, 회수율까지 함께 공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봉 2억원인데 1억원”…성실 차주 역차별 논란

최근 시중은행에서 일반 신용대출 상담을 받은 한 금융소비자는 “무주택이고 연소득이 2억원 수준이며 신용도도 높은데 신규 신용대출은 최대 1억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소득이 더 많아도 최고한도 자체는 같다는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취약한 사람에게 금융 접근 기회를 주는 데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환 능력이 충분한 사람은 빌리지 못하게 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차주에게는 공공기관 보증까지 붙여 대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포용금융의 필요성과 신용원칙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을 차단하면 더 높은 금리의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상환 능력이 충분한 우량차주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상품 한도를 적용하고 반대편에서는 공적 보증을 계속 늘리는 방식이 장기간 지속되면 금융의 가격 발견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량을 관리하더라도 소득과 신용도, 부채 수준에 따라 우량차주에게 일정 부분 한도를 열어주고, 정책금융은 공급액뿐 아니라 부실률과 회수율을 성과지표로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용금융이냐 신용원칙이냐…‘둘 다’ 잡아야

취약차주가 돈을 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하면 더 높은 금리와 다중채무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환 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 일률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부족해진 신용공급을 공적 보증으로 메우는 방식 역시 지속가능한 정책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은행권의 추가 여력이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한 상황에서 각종 정책성·보증부 대출은 수천억원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데 있지 않다.

신용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위험에 맞는 금융 접근권을 보장하고,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공적 자금을 투입할 때는 그만큼 엄격한 상환능력 심사와 사후관리를 적용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느냐는 문제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과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두 정책 목표가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어느 쪽의 위험을 민간 금융회사에 남기고 어느 쪽의 위험을 공공이 떠안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