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장중 5% 급락…외국인 '삼전·하닉' 2.9조 매도 이어질까

엔비디아 3%·마이크론 5%대 하락…SOXL 장중 16%대 급락 AI 수장들 '속도조절론'에 BIS도 투자 수익성 경계…유가·금리까지 부담 코스피 3.26% 급락 뒤 외국인 SK하이닉스 2.1조·삼성전자 8482억 순매도

2026-09-15     한순구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미국 반도체주가 14일(현지시간) 장중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날 3% 넘게 급락한 국내 증시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을 비롯한 AI·메모리 반도체주가 동반 하락하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장중 약 5% 밀렸다.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금리 부담까지 겹쳤다.

국내에서는 전날 외국인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종목에서만 약 2조9000억원을 순매도한 상태다. 15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반도체주 급락이 외국인의 추가 매도로 이어지는지가 우선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 3%·마이크론 5%대↓…SOX 장중 5% 급락

14일 뉴욕증시는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40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3%, S&P500은 0.42%, 나스닥종합지수는 0.44% 하락했다. 장 초반보다 지수 낙폭은 축소됐지만 반도체주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장중 약 5% 떨어져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약 3% 하락하며 3주 만의 저점 수준으로 밀렸고 인텔과 AMD는 각각 5%, 마벨테크놀로지는 6%가량 하락했다.

메모리주도 약세다. 마이크론은 장 초반 7% 가까이 하락했고 오후 들어서도 5% 안팎의 낙폭을 나타냈다. 샌디스크 역시 5%가량 하락했다.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ETF(SOXL)는 장중 102달러 안팎까지 밀리며 전 거래일 대비 16%대 하락했다. SOXL이 하루 SOX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반도체 변동성 확대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더 큰 가격 변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상품 거래도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는 미국 단기채 ETF를 순매수하는 반면 SOXL에서는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상승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하는 흐름이다.

 

AI 수장들 "속도 늦춰야"…반도체까지 직격

이날 반도체주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계기는 AI 업계에서 나온 '속도조절론'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 안전 대책이 발전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대표도 AI 개발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에 동의했다.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느려질 경우 데이터센터와 GPU, HBM 등 AI 인프라 투자 증가율 역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주에 반영됐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최첨단 AI 모델 개발이 느려질 경우 올해 전 세계적으로 약 1조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AI 지출 가운데 일부가 모델 훈련용 인프라에서 AI 활용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처럼 AI 학습용 하드웨어 수요에 민감한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가 곧바로 감소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의 페데리코 마니카르디와 빅토리아 캄포스는 AI 속도조절 논의가 개발 자체의 중단을 뜻하지 않는다며 AI 도입과 사용량 증가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나친 속도조절은 미국의 AI 주도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번스타인 역시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반도체 장비업체들을 선호 종목으로 제시했다.

 

BIS까지 "AI 투자 수익성 경계"…시장은 CAPEX보다 현금흐름 본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경계도 강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향후 AI 투자의 수익성에 점차 신중해지고 있으며 대형 미국 기술기업들의 레버리지 확대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크 스메츠 BIS 경제분석 책임자는 지난 1년간 증시 상승과 세계 경제를 지지했던 AI 모멘텀이 최근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금융시장 전반에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AI 투자 규모보다 투자 대비 현금흐름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오라클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오라클은 AI 클라우드 수주 확대에도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현금흐름이 시장의 새로운 평가 변수로 떠올랐다. 루크 양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이 일부 하드웨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오라클의 현금흐름 구조가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유가 100달러·美 10년물 5%…반도체 밸류에이션도 압박

AI 투자 논란과 함께 금리와 유가도 부담이다.

14일 장중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52달러까지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81달러를 기록했다. AP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를 터치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90%까지 반영하고 있다. 고유가가 다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 금리 인상 이후에도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성장주와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외국인, 하이닉스 2.1조·삼성전자 8482억 팔았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53포인트(3.26%) 하락한 6684.38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4.05% 떨어진 24만9000원, SK하이닉스는 6.35% 하락한 16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기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995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1715억원을 팔았다. 개인은 2조972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는 반도체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2조652억원, 삼성전자를 8482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총 2조9134억원​을 팔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도 1·2위를 기록했다.

기관도 SK하이닉스를 4571억원, 삼성전자를 4451억원 순매도했다.

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이후 미국에서도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가 추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15일 장 초반 외국인 매매 방향이 지수의 우선 변수로 꼽힌다.

 

국민연금 리밸런싱보다 외국인 매도가 컸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우려는 이날 실제 수급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고 지난 7월부터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재개했다. SAA와 TAA 허용범위를 포함하면 국내주식 보유비중 상단은 28.8%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4일 실제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매도 주체로 나타나지 않았다.

넥스트레이드 거래까지 합산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3조9116억원, 기관이 1조690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연기금은 257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 전체 수급이 국민연금 매매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 코스피 급락을 국민연금 리밸런싱에 따른 매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15일에도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매와 연기금 수급을 분리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CXMT 점유율 10%…HBM3E 진입은 중장기 변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추격도 국내 메모리주의 중장기 변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2분기 10%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에서 6%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39%로 1위를 유지했다.

CXMT는 범용 D램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HBM 시장에도 진입하고 있다.

더인포메이션에따르면 CXMT는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27년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현재도 HBM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0일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이 HBM 부족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XMT의 HBM3E 생산이 당장 글로벌 HBM 공급구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15일 첫 확인 지표는 외국인…SOXL 100달러선도 주목

미국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에서도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SOXL 투자자 게시판에는 최근 장중 가격을 근거로 100달러선 재시험 가능성을 거론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만 해당 게시물의 반응 규모는 작아 미국 개인투자자 전체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유튜브 등에서도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를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연결해 분석하는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미국장 급락 이후 공개된 영상 가운데 기사에 직접 인용할 만큼 검증된 전문가 분석은 아직 제한적이다. 따라서 온라인 투자자 반응보다는 실제 반도체지수와 외국인 수급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15일 국내 증시의 첫 번째 확인 지표는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매다.

전날 외국인이 두 종목에서만 2조9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데 이어 미국 SOX가 장중 5% 안팎 떨어지고 마이크론과 엔비디아까지 추가 하락하고 있다.

반면 미국 3대 지수가 장 초반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있고 일부 증권사는 AI 인프라 투자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주의 낙폭이 장 막판 얼마나 축소되는지와 외국인이 15일 국내 반도체에서 다시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지가 코스피 단기 방향을 가를 주요 수급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