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무라타 MLCC 제품군 개편에 수혜 기대…공급 공백 노린다

무라타 일부 제품군 정리…삼성전기 대체 공급 기회 MLCC 수급 타이트해지며 판가 상승 압력도 커져

2026-09-14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글로벌 MLCC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가 일부 제품의 생산을 종료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재편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고부가 제품에 집중되면서 범용 MLCC까지 공급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는 최근 고객사에 GRM·GRJ·GRT 등 9개 MLCC 시리즈에 대한 제품수명종료(EOL)를 통보했다. 해당 제품의 최종 주문 마감일은 2028년 3월 말, 최종 출하일은 2029년 3월 말이다. 단종 대상에는 소비자가전·산업기기 등에 사용되는 범용 제품뿐 아니라 일부 전장용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타는 고객사에 MLCC 공급 안정화와 지원 체계 개선을 위해 제품 라인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다른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생산을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무라타의 이번 조치를 AI 서버용 MLCC 등 수요와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보고 있다. 제한된 생산능력을 고부가 제품에 우선 배분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기존 제품군을 정리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사양 MLCC는 범용 제품보다 생산에 더 많은 설비와 공정 자원이 투입된다. 제품 사양에 따라 서버용 고사양 MLCC 1개를 생산하는 데 범용 MLCC 여러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생산능력이 필요한 만큼, 고부가 제품 비중이 확대될수록 범용 제품의 공급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기

무라타의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MLCC 업체인 삼성전기가 범용 제품 물량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범용 MLCC는 스마트폰과 가전, 산업기기 등 광범위한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만큼 특정 산업에 국한된 고부가 제품보다 고객 기반이 넓다. 경쟁사의 일부 품번이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고객사가 대체 공급처를 찾는 과정에서 삼성전기의 제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최근에는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범용 MLCC 역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AI 서버에 필요한 고사양 MLCC 생산이 확대되면서 주요 업체의 생산능력이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범용 제품에 배정되는 생산 여력까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MLCC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범용 MLCC 가격 인상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중국 선전법인 판매 물량을 대상으로 MLCC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가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꼽혔다.

다만 무라타의 단종 물량이 그대로 삼성전기로 넘어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라타가 종료하는 것은 9개 시리즈 전체가 아니라 일부 품번이며, 대체 공급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의 제품 인증과 신뢰성 검증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최종 출하까지 2029년 3월까지의 유예기간이 설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기는 글로벌 상위권 MLCC 업체로서 이미 범용 제품과 고부가 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어 대체 공급 수요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범용 MLCC 가격이 이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공급 축소가 더해지면 삼성전기의 MLCC 사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타가 일부 범용 MLCC 생산을 종료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사 입장에서는 대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AI 서버 수요로 범용 MLCC까지 수급이 타이트해진 만큼 삼성전기에도 신규 고객 확보와 판가 상승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