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G 엑사원, 캡티브 넘어 외연 확장···"경쟁사도 서비스 공급 가능"

LG이노텍 제조공정서 공정변화 대응···리드타임 85% 감소 금융 AI 상용화…국내외 증권사·연기금·헤지펀드 고객 확보

2026-09-14     김지윤 기자
임우형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의 인공지능(AI) ‘엑사원(EXAONE)’이 연구실을 넘어 제조와 소재개발, 금융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LG이노텍 제조공정에서는 변화한 공정에 대응하는 AI 모델의 리드타임을 기존보다 85% 줄였고, LG생활건강의 소재개발에서는 42만개가 넘는 후보물질 가운데 탈모 치료 유망 후보를 하루 만에 찾아냈다. 금융 분야에서는 글로벌 금융정보기업과 국내 금융 인프라 기업을 통해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기관투자자 고객까지 확보했다.

14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콘서트 2026’에서 LG AI연구원이 가장 강조한 것도 모델의 크기나 벤치마크 점수가 아닌 이 같은 ‘현장 성과’였다.

임우형 LG AI 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이제 AI의 경쟁은 단순히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누가 AI로 더 큰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가가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이날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LG AI연구원은 배터리 연구와 제조, 물류, 신약개발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지금까지 누적 100건이 넘는 문제를 AI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범용 AI가 내놓는 ‘그럴듯한 답’을 넘어 산업별 전문지식과 현장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 효율과 비용, 생산성, 품질을 개선하는 ‘엑스퍼트 AI(Expert AI)’를 만들겠다는 게 LG의 전략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GI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아웃풋을 내는 건 LG 엑사원처럼 현장 데이터 중심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에 현장 대응시간 85% 감축···데이터 부족해도 추론

가장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곳은 제조 현장이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정형데이터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 태뷸러(Tabular)’는 LG이노텍 제조공정에 적용됐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온도와 압력, 공정조건, 품질검사 결과 등 표 형태의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이나 공정 상태를 예측하는 AI다.

기존 제조 AI의 문제는 생산 환경이 바뀔 때마다 모델을 다시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품이나 공정을 도입하면 충분한 생산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린 뒤 AI 모델을 개발·검증해야 했다. 정작 AI가 필요한 개발 초기나 양산 초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해 활용하기 어려운 이른바 ‘콜드 스타트’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LG이노텍에서도 기존 머신러닝 모델을 재학습하려면 최소 14일, 약 300시간 이상의 생산공정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엑사원 태뷸러를 적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 “기존 방식에서는 모델 재학습을 하는 데 최소 14일, 약 300시간 이상의 생산공정 데이터가 필요했다”며 “엑사원 태뷸러는 최대 50시간 내 변화된 조건을 반영해 추론할 수 있어 모델 대응 리드타임을 약 85%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의 AI는 현장의 상황이 바뀔 때 마다 처음부터 상황을 학습하는 신입사원에 가까웠다. 매번 공정을 새롭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작업 프로토콜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엑사원 태뷸러는 이미 학습된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도 빠르게 작업을 파악한다. 오랜 경력의 숙련공이 경험을 통해 현장의 맥락을 손쉽게 짚는 것에 비할 수 있다. 

엑사원 태뷸러는 올해 8월 말 출시했고 구체적인 업데이트 로드맵도 나온 상황이다. 임 원장은 "하반기에 실제 활용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에는 모델 규모를 키우고 텍스트 입력을 멀티 모달로 처리할 수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외부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화영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현재 LG AI 모델에 대한 외부 니즈가 굉장히 크다"며 "제조업체 뿐 아니라 제약사, 병원 등에서도 LG AI 모델을 통해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를 느끼고 있고 글로벌 고객들 위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에서 AI 모델 사용을 원한다고 해도 충분히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있다"며 "지금 중요한 건 국가 AI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 여부는 굳이 따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 AI는 투자 리서치 현장으로…매일 한·미 상장사 8000곳 분석

금융 분야에서는 엑사원이 기술검증을 넘어 실제 투자 리서치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금융 특화 AI ‘엑사원 비지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BI)’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약 8000개 기업을 매일 분석해 향후 약 4주간의 전망을 예측하고 그 판단 근거까지 제공한다.

엑사원 BI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추론, 예측, 설명까지 수행하는 구조다. 기업 한 곳을 분석하는 데 평균 약 2만건의 뉴스를 활용하며 기업 공시와 재무정보, 거시경제 지표 등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함께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목별 전망을 점수화하고 AI가 왜 해당 전망을 내렸는지 코멘터리 형태로 설명한다.

사람이 매일 수천개 기업에서 쏟아지는 뉴스와 공시, 재무정보를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AI로 보완하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금융 전문가가 투자 리서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엑스퍼트 AI’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사업화도 진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미국 증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7월 코스콤과 한국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키움증권 서비스에도 관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외부 고객도 확보했다. LG AI연구원은 이날 국내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북미 대형 연기금, 중동 기관투자자, 영국 헤지펀드 등이 관련 금융 AI 상품을 계약했다고 밝혔다. 기술을 금융회사 내부에서 검증하는 단계를 넘어 기관투자자가 실제 사용하는 B2B 상품으로 사업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과는 기금운용에 특화된 AI 개발에 나섰다. 첫 적용 분야는 환율 분석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뉴스, 리서치 자료 등 방대한 시장정보를 AI가 분석해 환율 변동을 예측하고 운용역의 판단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한다. 향후 투자 리서치와 의사결정 지원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저희가 커버해야 하는 수많은 자산군과 시장의 범위를 생각하면 결국 병목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처리하는 용량에 있다”며 “AI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지수와 리포트를 1차적으로 모으고 정리하고 비교한다면 운용역이 투자 판단이라는 본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AI가 운용역을 대신해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리는 단계는 아니다. 국민연금 측은 충분한 기간의 성능 검증과 설명 가능성, 기존 투자 프로세스와의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방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리서치 업무를 AI가 보조하고 최종 투자 판단은 운용역이 내리는 구조다.

LG AI연구원은 향후 주식에 집중된 금융 AI의 예측 범위를 다른 자산군으로 넓히고 공급망 분석 등 새로운 금융 AI 상품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고객 확보도 시작됐다. LG AI연구원은 이날 국내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북미 대형 연기금, 중동의 글로벌 기관, 영국의 글로벌 헤지펀드 등이 관련 금융 AI 상품을 계약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고객사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